명부 제작 과정서 주소, 나이 등 캐물어 일부 동문 개인정보 유출 우려
10만 원 명부 신입생 장학금에 쓰인다며 구매 권유… 가격 적절성 논란도
충남대 총동창회 "명부 제작 원하지 않는 동문, 개인 정보 즉시

충남대 졸업생 A씨는 최근 모교 총동창회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넘어 낯선 목소리의 B씨는 갑자기 A씨 이름을 확인하고는 주소와 직업, 휴대폰 번호, 학과 등을 캐물었다. 그리고는 `현재 동문회에서 명부 제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명부를 10만 원에 구매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A씨는 구매를 거절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개인정보가 노출된 것이 아닌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27일 충남대 총동창회에 따르면 동창회는 지난달부터 `2020년 동문 명부 발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 발간 이후 오랜 기간 개정되지 않아 오류가 많은 동문 데이터를 개정하겠다는 게 사업의 목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명부 제작 과정에서 일부 졸업생은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유선 전화를 통한 금융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와중에,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개인 정보를 요구하고 있어 서다. 10만 원이라는 동문회 명부에 대한 가격 적절성 논란도 일고 있다.

충남대 졸업생 김 모(38)씨는 "학교 동문회라고 해서 반가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개인 정보를 계속해서 물으니, 학교에서 걸려온 전화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며 "확인차 동기들에게 전화를 해봤는데 10만 원이라는 가격도 터무니없이 높아 구매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충남대 총동창회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준수해 명부 제작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제작 비용 일부는 신입생 장학금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충남대 총동창회 관계자는 "지금 있는 동문회 명부는 7-8년 전 제작한 것이라 지금 정보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아직 휴대전화 번호 앞자리가 011, 019로 기재된 졸업생도 있어 개정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명부 판매 비용은 올해 신입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판매비 10만 원은 제작에 소요되는 인쇄비와 인건비 등을 측정해 내놓은 가격"이라며 "판매금은 올해 신입생들을 위한 장학금에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도묵 충남대 총동창회장은 "개인정보는 민감한 부분이 많아서, 명부 기재를 꺼리는 동문들은 정보 기재를 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수집한 정보도 즉시 폐기하는 등 개인정보를 철저히 지키며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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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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