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창업진흥원·중기진흥원·신보중앙회 등… '임대료 부담' 세종행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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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둥지를 튼 공공기관의 `탈(脫) 대전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공공행정의 거점 역할을 담당하는 이들 기관의 이전은 충청권 대표 도시로서의 대전시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것으로 각종 부작용이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전시는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지 못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26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지역 공공기관들의 `탈대전` 러시는 2018년부터 속도를 냈다. 같은 해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지역본부가 세종시 아름동 신사옥으로 이전한데 이어 국민연금공단 대전지역본부(세종), 한국국토정보공사(LX) 대전충남지역본부(충남 홍성) 등이 이전을 마치고 `대전 시대`를 마감했다.

유성구 장동 소재 화학물질안전원도 다음 달 대전을 떠난다. 환경부 소속 화학물질사고 대응 전담 국가기관인 화학물질안전원은 2012년 경북 구미 불산 유출 사고를 계기로 2014년 1월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다음 달 9일부터 충북 청주시 오송바이오폴리스 지구에서 살림살이를 새로 꾸린다.

최근 들어 다시금 `탈대전` 방아쇠를 당긴 기관은 중소벤처기업부다. 1996년부터 대전에서 20년 넘게 둥지를 틀었던 중기부는 이제 대전을 벗어날 태세다.

각 부처와의 협업체계 구축과 업무 효율성 증대 등을 표면적 근거로 내세우며 세종 이전을 공식화했다. 중기부 산하 기관들은 이미 `탈대전`을 서두르고 있다. 대전에 뿌리를 내린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유성구), 창업진흥원(서구), 신용보증재단중앙회(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중구) 등 4곳이다.

이 중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제외한 3곳은 `세종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창업진흥원은 연말 세종으로 본원을 옮긴다. 세종 지식산업센터 부지에 건물이 들어선 상태로, 내부 인테리어 작업을 마치는 대로 이삿짐을 꾸릴 계획이다.

내년 3월에는 중소기업 연구개발(R&D)과 스마트공장 지원 전문기관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도 세종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 역시 2022년을 마지노선으로 세종 이전을 결정했다.

중기부 산하기관 중 대전에 남은 곳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전시의 행정은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 공공기관들에 따르면 대전시는 소진공의 대전 잔류를 위해 최근 공공개발로 방향을 튼 대전유성복합터미널 내 가칭 `행정청사` 입주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로서는 심각한 공공기관의 탈 대전을 붙들어 매겠다는 의도겠지만,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역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아직 가닥도 잡히지 않은 설익은 계획에 공공기관을 주저앉히려는 어설픈 발목잡기 행정"이라며 "소진공이 매달 8000만 원에 가까운 민간 건물 임대료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하지만, 기약조차 할 수 없는 터미널 신축 계획은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조건인 탓에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대전시의 공공기관 유치·잔류 행정의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지역 경제계의 한 인사는 "시가 혁신도시 지정으로 잔뜩 고무된 나머지 아직 갈 길 먼 호재(혁신도시)에 취해 다른 사안을 놓치고 있다"며 "중기부 등 덩치 큰 부처를 통째로 내주며 밑지는 장사를 하는 꼴로 앞으로 보다 긴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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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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