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도심 지상부를 관통하는 `철도 지하화`를 시정 전면에 내세우며 정치권 설득작업에 나섰다. 20세기 초반 대전역 건설과 경부·호남선 철도 개통으로 급팽창한 철도도시 대전의 미래 100년은 역설적이게도 지역간 단절과 비대칭 성장의 양면성을 지닌 도심 선로를 걷어내는 `도시재생`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특히 경부선 철도가 지나는 부산과 대구에서는 이미 철도 지하화 논의가 한창 무르익고 있는 단계여서 올 연말 예산국회에서 연구용역 국비를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대전시는 판단하고 있다.

대전시는 26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의힘-충청권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도심 통과 경부선·호남선 철도 지하화를 시정 제1현안으로 정하고 관련 연구용역비 35억 원 전액 국비 반영을 요청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원회 의장, 추경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장동혁 대전시당위원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참석했다. 허태정 시장은 이 자리에서 경부선·호남선 철도 지하화 등 현안과제를 설명하면서 "대전의 미래 100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인 만큼 국민의힘에서도 당파를 넘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적극 지원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대전은 서울-부산을 오가는 경부선, 서울-전남 목포를 운행하는 호남선으로 지역이 3분할된 형태다. 경부선은 대전 대덕구-유성구-동구를 지나 충북 옥천을 통과하는데 이중 대덕구 신대동에서 동구 판암나들목(IC)까지 13㎞ 구간이 도심 상부를 관통하고 있다. 대전 중구-서구를 가로질러 충남 계룡으로 빠져나가는 호남선은 대덕구 오정동 대전조차장에서 서대전, 가수원으로 이어지는 호남고속철도 11㎞가 지상구간이다. 대전시는 이들 철도의 지상 24㎞ 구간을 지하화하면 세 덩어리로 쪼개진 지역이 연결돼 인적·물적 교류가 되살아나고 철도 지하화로 생기는 유휴부지는 개발 또는 친환경적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부선의 시종점인 부산시가 2018년 말 경부선 철도 지하화 연구용역비로 국비 35억 원을 확보해 지난해 말 연구용역에 들어가고, 대구시 역시 경부선 대구도심 통과구간 지하화 사전타당성 용역비로 국비 20억 원을 따낸 것도 이 같은 파급효과와 지역개발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수렴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 지역과 다를 바 없는 대전시의 철도 지하화 국비 지원 건의에 상반된 입장을 견지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철도 지하화 사업이 현실화할 경우 수조원대로 추산되는 막대한 사업비를 국가예산으로 투입해야 하는 재정부담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일종의 허들을 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대전 시민사회에서는 같은 사안을 두고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는 되고, 충청은 안 되는 것이냐`는 `철도 지역홀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경부·호남선 철도 지하화는 지역단절 해소는 물론 낙후된 철로변 주변 도심 재창조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며 "부산·대구 지역과 형평성 차원에서도 경부·호남선 철도 지하화 등 시설 효율화 방안을 연구해 볼 수 있는 용역비를 내년 국비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정치권과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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