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웅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
최수웅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
사람들은 말한다. 변화의 시기가 다가왔다고. 하지만 엄격하게 살피면, 인류 역사에서 변화가 진행되지 않은 시절이 있었던가. 어떤 식으로든 도전은 계속되었고, 그를 극복하려는 응전도 거듭되었다. 일상이란 언제나 고단한 쟁투 끝에 얻어낸 잠깐의 위안에 지나지 않았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선언이야 빈번했지만, 이미 발표된 아이디어를 증폭시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변화를 앞세우는 주장들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차근차근 따져봐야 한다. 그중에서 상당수는 호들갑에 불과하니.

물론 변화가 체감되는 시기도 분명히 있다. 바로 지금처럼. 기본이야 동일하다. 변화는 새삼스럽지 않고, 속도만 달라졌다. 다만 이번에는 훨씬 급격하고 다각도로 진행될 뿐. 최근 주목받는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 논쟁도 맥락은 같다. 과거에는 비정상적으로 보이던 현상이 점차 흔해져 오히려 표준처럼 바뀌는 것. 이런 변모가 특정 시대의 전유물일 수야 없다. 그동안에도 몇 차례나 표준이 바뀌었다.

우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높은 실업률이 경제의 새로운 표준으로 부각되었다. 이 과정에서 `뉴노멀`이란 용어가 언급되고, 의미가 확장되면서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다.

다음으로 2016년 4차 산업혁명이 제기되면서 디지털기술이 생활과 문화 전반에 영향을 주는 뉴노멀로 주목되었다. 피터 힌센(Peter Hinssen)의 견해가 대표적이다. 그는 디지털이 기준이고 아날로그를 이례적으로 판단하는 `디지털 원주민` 개념을 제시하며, 이들의 활동에 따라 표준이 변하리라 전망했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다시 뉴노멀이 언급되고 있다. 차이는 선명하다. 이전에는 시스템과 기술에 주목했다면, 지금은 삶에 집중한다. 지난 봄까지만 해도 기다리면 진정되고, 안정되면 일상으로 돌아가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제 기대는 줄었다. 슬라보예 지첵(Slavoj Zizek)의 지적처럼 "새로운 일상이 옛 우리 삶의 잔해들로부터 만들어"지는 상황이 남았을 뿐, 되돌아갈 길은 이미 사라졌으니. 새로운 표준에 대한 논의는 다양한 관점에서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도 문화예술에서는 다음의 세 가지 변화가 전망된다.

첫째, 언택트.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고, 재택근무와 온라인학습이 지속되면서, 문화예술 향유 방식이 바뀐다. 비대면 감상이 증가하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체험이 확산되며, SNS 등 느슨한 연대를 통한 공유가 활발해진다.

둘째, 초개인화. 개인적 취향에 부합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향이 강화된다. 취향 중심 소비가 본격화되며 넷플릭스 같은 맞춤형 서비스가 촉진되고, 팬덤문화가 활성화되며, 나아가 유튜브처럼 콘텐츠를 직접 창작하는 개인 크리에이터 활동이 더욱 활발해진다.

셋째, 과학기술 융합. 과학기술이 문화예술에 도입되면서 매체 간 구분이 약화된다. 그에 따라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이야기 방식인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 확산되고, 장르의 혼융이 촉진된다. 그동안 특정 분야에서만 전개되던 이야기가 다채로운 분야를 아우르면서 변모하는 추세다.

여전히 앞길은 가늠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뉴노멀을 언급하는 일은 성급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바뀌지 않는 유일한 사실은 변화 그 자체밖에 없다. 뉴노멀은 이미 진행 중이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최수웅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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