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욱 충남도 농림축산국장
추욱 충남도 농림축산국장
어린 시설, 한 밤중 닭장에서 들리는 긴박한 소리에 수건을 목에 두르고 급히 나가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두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살쾡이가 닭장을 공격한 것이었다. 수건을 목에 두른 것은 살쾡이가 사람의 목을 공격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살쾡이는 어린 시절, 공포의 대상이었다.

요즘은 그 공포가 야생멧돼지로 옮겨가고 있다. 물론 어린시절에 느꼈던 원초적인 공포감이 아니라 이성(理性)이 느끼는 두려움이다. 지난 10월 8일 강원도 화천군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후 충남지역으로 유입되지는 않을까. 올 겨울도 구제역과 고병원성 AI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다.

충남은 양돈산업 비중이 가장 큰 지역이다. 단적으로 홍성군 돼지 숫자가 충북도 돼지 전체보다도 많다. 만약 홍성군에서 ASF가 발생한다면 어림잡아 7600억 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어린 시절 살쾡이에 의한 두려움은 매일 먹던 달걀을 못 먹게 됐다는 아쉬움과 오랜 시간이 지나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정도이지만 충남에 ASF가 발생한다면 돼지 한 두 마리를 잃는 게 아니라 수십만 마리를 살처분해야 하는 고통이 될 것이다.

그동안 충남에서 구제역과 고병원성 AI발생으로 가축 살처분 피해액만 약 3000억 원에 달하고 간접적인 피해액까지 포함하면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재난형 가축전염병은 왜 발생하고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전국이 1일 생활권이라고 환호하던 때가 불과 얼마전이었는데 이제는 과학의 발달과 경제성장으로 지구촌이 하나가 되었다. 세계 어디든지 자유롭게 가고 올 수 있다.

불행하게도 사람만이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사람과 물류를 따라 원치않는 가축질병도 함께 유입되었다. 게다가 겨울이면 찾아오는 수백, 수천만 마리의 철새중에는 고병원성 AI 질병을 가지고 오는 개체가 있다. 오는 철새를 어떻게 막겠는가? 참으로 난감하다.

현재 충남은 ASF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청정지역이고 구제역·AI는 각각 2016년 4월과 2018년 4월부터 청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도·시군 공무원들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농축협, 축산단체 및 축산농가들이 한마음으로 질병을 막기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내외국인 출입자와 반입 물품에 대한 국경검역을 강화하고 지방차원에서는 도로 주요지점에 거점소독시설을 설치하여 축산차량에 대한 철저한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축사내에 멧돼지, 새, 고양이 등 야생동물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울타리와 그물망을 설치하고 심지어 철새가 자주 찾는 냇가에는 철새가 내려앉지 못하도록 그물망까지 설치하였다.

그렇게 청정유지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또다시 동절기 구제역·AI 발생 위험시기가 찾아오니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불행부득(不行不得),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는게 없을 것이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늘 축사 내외를 철저히 소독하고 청결 상태를 유지하며 구제역 백신은 빠짐없이 접종하고 위험지역은 출입하지 말고 외부인 및 외부차량의 출입을 차단해야 한다. 또한 축사내 구서작업도 꼼꼼히 이행하고 파손된 울타리와 그물망은 보수하여 야생동물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하며 장화 갈아신기 등 축산농가 방역수칙을 잘 준수해 나가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올해, 우리 충남도는 재난형 가축전염병을 무사히 넘기기를 간절히 기원한다.추욱 충남도 농림축산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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