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여론광장] 시민의 힘으로 안전사각지대 사라졌다

2020-10-27기사 편집 2020-10-27 07:37:42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여론광장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핀터레스트
  • 기사URL 복사

첨부사진1조경옥 계룡산국립공원사무소장

코로나19는 2020년의 우리를 미래사회로 빠르게 옮겨 놓았다. 학교 수업은 대면에서 온라인으로, 생필품은 로켓 배송으로, 운동은 홈트레이닝으로.. 준비되지 않은 국민들에게 미래사회로의 급격한 진입은 불안과 적응이란 위태로운 줄타기 속에서 엄청난 피로감을 갖게 했다. 갑작스런 변화로 지치고 힘든 국민들이 쉼과 치유를 위해 국립공원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올해 계룡산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은 9월 기준 158만 9268명으로 전년에 비해 16.8%가 늘었다.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모임과 행사가 중단된 가운데 그나마 도심과 가까운 자연을 접해 잠시간의 휴식과 숨 쉴 여유를 찾기 위한 결과일 것이다. 탐방객이 늘어갈수록 안전사고 발생도 많아진다. 코로나로 단체 산행은 줄었지만 개별 탐방이 급속도로 늘면서 개인의 안전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개인이 스스로 외부의 위험을 인지하고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자율적이고 예방적인 방법은 없을까? 계룡산사무소에서는 그 답을 시민참여에서 찾았다.

계룡산사무소에서는 올해 시민이 일정한 참여를 하면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시민참여 보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안전마일리지 제도'라고 명명한 이 프로그램은 탐방객이 공원이용 중 인지한 위험요소를 신고하거나 조치하면 마일리지가 쌓이고 쌓인 마일리지는 사무소에서 제공한 소정의 기념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안전도 지키고 적립금을 활용할 수도 있으니 1석2조라고 할 수 있다.

생각보다 탐방객들의 호응은 컸다. 지난 6월 제도가 시행된 이후 9월 말 기준 618건의 안전 위험요소가 접수됐다. 올여름 많은 비는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기폭제가 됐다. 기록적인 호우와 태풍의 상흔은 많은 낙석과 고사목을 탐방로로 유입시켰다. 공원 직원들이 매달려 보수하기엔 너무 많은 양이었지만, 안전마일리지에 동참해 준 시민들 덕분에 빠른 시간 내 복구가 가능했다. 또한 시민들의 참여는 직원들의 손이 미처 닿지 못했던 틈새 사각지대까지 사라지게 만들었다. 흔들리는 돌계단에 디딤돌을 넣어주고, 굴러온 낙석은 삼사오오 힘을 모아 계곡으로 굴려줬으며, 훼손된 난간은 고정하고 미끄러진 탐방객은 서둘러 일으켜 줬다. 올해 계룡산 국립공원의 안전을 책임졌던 영웅은 바로 안전마일리지에 동참해 주신 시민 여러분이었다.

계룡산에서는 연평균 20여 건의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9월 말 기준 전년대비 탐방객수가 16.8%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사고 및 구조 요청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하인리히 법칙에 의하면 1건의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300건의 작은 징후가 나타난다고 한다. 하인리히 법칙을 적용해 보면 시민이 참여한 618건의 위험요소 발굴은 2건가량의 큰 사고를 예방한 셈이니 감히 안전사고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국립공원의 자원봉사 활동은 25년의 역사를 가지며 발전하고 있다. 초창기 환경정화에서 진보하여 불법 순찰이나 자연보호활동으로 그 영역이 확장됐다. 20여 년 전부터 공단의 정책에 동참해준 자원활동가는 이제 시민보호단이란 이름으로 자율적 공원관리를 진행 중이며, 자기 쓰레기를 되가져 간다는 환경운동의 정착을 위해 도입한 그린 포인트제도는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며 대표적인 공단의 시민 참여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시민참여의 영역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돼야 한다. 계룡산에서 시도한 안전감시 시민활동이 환경정화와 자연보호에서 확장된 안전분야의 새로운 시민참여 모델이 되길 기대해 본다. 조경옥 국립공원공단 계룡산국립공원사무소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