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이 들어선다면 그간 의료 사각지대로 방치됐던 내포신도시의 정주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 기대했던 주민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포신도시 주민들이 종합병원이 없어 불편을 겪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내포신도시에 거주하는 구 모(34) 씨는 지난 20일 오후 7시쯤 자신의 아이가 갑자기 구토 증세를 보이자 동네 병원을 방문해 단순 진료를 받도록 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아이가 보다 정밀한 검사를 받도록 하고 싶었지만 종합병원이 위치한 천안까지 다녀오기에는 너무 먼 거리였다.
충남도청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도 최근 설거지를 하다 손등에 자상을 입었지만 내포신도시에 외과가 없는 탓에 예산 덕산면까지 방문해 상처를 꿰매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한때 충남지방경찰청 소속이었던 한 경찰관은 "간밤에 아이가 고열 증세를 보여 차를 몰고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까지 다녀와야 했다"며 내포신도시에서 살아가는 서러움을 토로했다.
대형 유치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시행자 검증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이번에 충남도가 보여준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정병락 충남도 미래산업국장은 종합병원 유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과 책임을 묻는 질문에 "이 건에 대해 코멘트 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할 뿐이었다. 주민들이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종합병원 유치에 실패한 상황이라면 최소한 주민들의 마음이라도 어루만져줘야 하지 않았을까. 충남도가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몸을 낮추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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