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기자
김성준 기자
최근 충남 내포신도시에 종합병원을 유치하려던 충남도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내포신도시 주민들이 속을 끓이고 있다. 충남도와 한국중입자암치료센터는 2022년까지 3700억 원을 들여 내포신도시에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과 중입자가속기암치료센터를 건립한다는 내용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암치료센터가 계약금 외 병원 부지매입비 중도금을 두 차례 납부하지 못 해 계약 해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병원이 들어선다면 그간 의료 사각지대로 방치됐던 내포신도시의 정주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 기대했던 주민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포신도시 주민들이 종합병원이 없어 불편을 겪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내포신도시에 거주하는 구 모(34) 씨는 지난 20일 오후 7시쯤 자신의 아이가 갑자기 구토 증세를 보이자 동네 병원을 방문해 단순 진료를 받도록 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아이가 보다 정밀한 검사를 받도록 하고 싶었지만 종합병원이 위치한 천안까지 다녀오기에는 너무 먼 거리였다.

충남도청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도 최근 설거지를 하다 손등에 자상을 입었지만 내포신도시에 외과가 없는 탓에 예산 덕산면까지 방문해 상처를 꿰매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한때 충남지방경찰청 소속이었던 한 경찰관은 "간밤에 아이가 고열 증세를 보여 차를 몰고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까지 다녀와야 했다"며 내포신도시에서 살아가는 서러움을 토로했다.

대형 유치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시행자 검증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이번에 충남도가 보여준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정병락 충남도 미래산업국장은 종합병원 유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과 책임을 묻는 질문에 "이 건에 대해 코멘트 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할 뿐이었다. 주민들이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종합병원 유치에 실패한 상황이라면 최소한 주민들의 마음이라도 어루만져줘야 하지 않았을까. 충남도가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몸을 낮추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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