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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헌의 가구이야기] 정리가 필요한 공간, 꼭 필요한 가구

2020-10-22기사 편집 2020-10-22 07: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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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엄태헌 인아트 대표
요즘 tvN의 '신박한 정리'와 같은 프로그램이나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같은 정리의 기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는 듯 하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물리적인 집의 크기를 늘릴 수 없으니, 정리를 통해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정리의 유행에 선두에 있는 이는 앞서 말한 일본 출신의 정리 컨설턴트인 곤도 마리에이다. 그녀는 '정리의 힘'과 '정리의 기술' 로 전 세계에서 12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의 저자이자, 넷플릭스에는 그녀가 주인공인 프로그램까지 방영 중이며, 전세계적으로 '곤도잉(Kondo-ing)'이라는 말을 유행시킬 정도로 대단히 유명한 인물이다.

그녀의 모토는 정리가 단순히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게 아니라, 정리를 통해 중요한 일에 집중하게 만들면 삶이 변화하고, 행복해진다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그녀는 스스로에게 '이게 나를 설레게 하는가?'를 묻고,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고, 버릴때는 물건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간단해보이는 그녀의 일이 세계적인 유행을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정리하는 습관이 공간뿐 아니라 복잡한 삶을 심플하게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tvN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집 정리'의 열풍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프로그램에 등장한 이들의 집은 정리만 했을 뿐인데 인테리어를 새로 한 것처럼 공간이 극적으로 달라지고, 그 변화된 모습에 정리를 요청한 이는 눈물까지 흘린다. 그 모습을 보면 '나도 정리 한 번 해볼까' 생각이 든다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주루룩 달린다.

각각의 집마다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올린 짐들이 가득하다. 한때는 중요하고 소중한 물건들이었지만, 이제는 짐이 되어 집을 짓누르게 된다. 내가 사는 곳이 아니라 짐들 사이에 내가 얹혀살고 있었다는 자조어린 혼잣말이 나오는 것도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요즘, 이제는 집에서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영화도 보는 모든 것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동안은 바쁘다는 이유로 모른 척 지나쳤던 물건들이 집을 답답하게 만드는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많은 것으로 가득한 집대신, 내가 원하는 것 들만을 갖춘 효율적이고 편안하고, 안전한 그런 집에 대한 니즈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구매하는 제품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단순히 장식을 위한 가구들 대신 다양한 목적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나 깔끔한 수납이 가능한 도어가 있는 제품들이 인기다. 맞춤 가구에 대한 니즈도 늘어나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딱 맞춰 가구를 주문하고, 군더더기 없이 버려지는 공간 없이 충분히 공간을 활용하는 가구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겁고 커다란 소파 대신 혼자 오롯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암체어나 라운지 체어, 혹은 리클라이너 체어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고, 베란다 공간을 좀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아웃도어 가구를 구매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공간 크리에이터 이지영 전문가가 말하는 '사람도 공간도 할일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기억해 둘만한 좋은 말이라 생각한다.

필요없는 물건은 정리하고, 기능적이고 똑똑한 가구를 통해 공간의 기능을 살리는 정리의 기술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기술이 되었듯, 우리는 매일의 삶 속에서 뭔가를 배워나가고 있는 것 같다.

가구를 만들고,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 사실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요즘, 공간이든 사람이든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리를 하면서 한번 더 생각하고 배우게 된다. 엄태헌 인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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