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병이 될 때 (조지프 데이비스 지음/장석훈 옮김/ 머스트리드북/ 456쪽/ 1만 9000원)

상실과 실패, 한계에 부딪혔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나 힘든 경험은 인류가 오랜 시간 고민해온 문제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마음의 고통을 해소하는 방식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우울하거나 심란하면 일기를 쓰거나 친구를 만나 고민을 털어놓으며 마음을 달랬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은 뒤 진단을 받고 신경안정제나 항우울제 같은 약을 복용한다. 심각한 정신 질환이 아닌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심란함이나 어쩌다 겪게 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해 별다른 지침이 없다 보니 결국 의료적 해법에 의존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버지니아대학 교수이자 주목받는 사회학자인 저자는 우울증을 겪는 18-63세 미국인 8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전 세계에 널리 퍼진 정신 건강 문제와 관련한 약물 의존 현상을 진단하고 그 기저에 깔린 사회 변화의 경향성을 읽어냈다. 저자는 정신과 진단과 약물 처방을 받는 사람들 대다수가 급증하는 현상에는 더 은밀하고 알기 힘든 어려운 변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사람들이 우울, 불안 등과 같은 정서적 고통과 일상의 신경증의 원인을 해석하고 그에 대처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현상이지만, 우리도 이미 나타나고 있거나 조만간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또한 그는 마음의 고통을 감정 조절 호르몬의 부족으로 생기는 뇌의 문제로 보고 약으로 치유하려는 신경생물학적 관점이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엔서니 기든슨, 리처드 세넷 등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사회학자들의 이론을 인용해 현대인의 자기 이해 상실과 그로 인한 감수성 위기를 경고한다. 특히 수치심과 불안은 어떨 때 발생하는지, 타인과 사회와의 관계에 문제가 없는지, 어떻게 해서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아울러 우리를 지배하는 규범은 하나의 체제라고 역설한다. 자아를 지배하는 규범은 자기와의 관계를 다스리기 위한 중요한 문화적 제도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과거부터 지켜왔기 때문이다. 이어 감정을 경험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져오고 우리에게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할 기반을 마련해주기 때문에 피하지 말고 맞서서 온전히 자기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타인의 기대에 맞추고 사회적 기준에 신경 쓰며 규범에 충실하기 위해 애쓰는 지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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