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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어느 택배기사의 죽음

2020-10-22기사 편집 2020-10-22 07:48:48      박계교 기자 antisofa@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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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 또, 한 명, …. 택배가 죽음의 현장이 되고 있다. 올해만 벌써 12명째다. 최근 과로사한 30대 A씨의 문자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는 "오늘 420개를 들고 나와서 지금 집으로 가고 있다. 집에 가면 5시인데,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자고 나와서 터미널에서 물건을 정리해야 한다. 저, 너무 힘들어요". 그가 동료에게 이 문자를 보낸 시간은 새벽 4시30분이었다. 다른 택배기사들도 A씨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택배 물량이 폭주함에 따라 택배기사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택배기사 과로의 주원인 중 하나는 소위 '까대기'라 불리는 분류작업이다. 택배노조측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택배 분류작업량이 크게 늘었는데, 택배회사가 이 분류작업을 택배기사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 공짜노동으로 불린다. 택배기사들은 하루 평균 7-8시간 까대기를 한 뒤 배달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생활물류 택배물동량에 따르면 2020년 6월 현재 물동량은 2억 9000여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3% 증가했다. 택배기사는 최근 3년간 연평균 5.6%씩 증가했지만 올해 택배기사 1인당 월평균 처리물량은 5165건으로, 하루에 255건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SNS에 "우리나라 과로사 판정기준은 주 60시간인데 비해 택배 노동자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 73시간에 육박한다"며 "평균이 이러니 실제 이보다 훨씬 긴 시간을 노동해야 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가장 급한 조치로 토요일 배달을 없애고, 배달과 분류의 업무를 별도로 계약하는 업무 재편을 주장했다.

정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택배노동자는 5만 명으로 추산된다. A씨의 마지막 말 "저, 너무 힘들어요". 모든 택배기사들이 고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좀 늦으면 어때'로 화답할 때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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