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시장이 즉각 중기부 이전 불가에 배수진을 치고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 사실상 `선전포고`를 당한 마당에 우물쭈물하다가는 중기부와의 대결구도에서 열위에 놓일 수 있어서다. 허 시장의 반대논리도 주장의 당위성, 상당성 등을 뒷받침한다 할 것이고 그런 만큼 중기부의 이전 명분과 논리를 배척하는 데 크게 부족하지 않은 것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허 시장은 입장문에다 중기부 대전 이탈 방침과 관련 `3불가론`을 담아 반박했다. 요약하면 첫째 균형발전 취지에 어긋나는 한편, 둘째 당초 세종 이전대상 부처에 중기부는 해당되지 않으며 셋째 중기부가 이전하면 엉뚱하게도 비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유치 쟁탈전이 불 붙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렇듯 세종 이전의 불가 사유가 명료함에도 중기부는 일찍부터 대전과의 작별을 도모해온 흔적이 농후하다. 세종에 가입주를 전제로 임차건물을 물색중인 게 맞다면 중기부 이전이냐 잔류냐 하는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아가 행안부에 이전 의향서까지 제출한 마당이어서 대전 입장에서는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 허 시장 입장문은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나온 반대 메시지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의아한 것은 허 시장을 빼고는 다른 곳에서는 별로 긴박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 지역사회 분위기다. 중기부가 대전이라는 둥지를 박차고 나가려 한다면 대전시는 물론 지역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경제계 등에서도 강도 높은 목소리를 낼 법도 한데 무덤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응집력과 지역 현안에 대한 반응속도로는 판을 유리하게 주도하기 힘들다. 허 시장이 정치권에 긴급 사인을 보내고는 있지만 어제 모습과 같이 홀로 싸우는 식으로 비치면 중기부가 대전을 등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협상력을 키우고 나중을 위해서라도 앞뒤 눈치 보지 말고 `분기`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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