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중소벤처기업부가 행정안전부에 세종 이전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어제 허태정 대전시장이 입장문을 통해 중기부 이전 반대 의사를 강력히 표명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시정 최고 책임자로서 시민이익에 부합하는 확고부동한 입장을 밝혀야 마땅하고 그리하지 않았다면 그게 비정상이다.

허 시장이 즉각 중기부 이전 불가에 배수진을 치고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 사실상 `선전포고`를 당한 마당에 우물쭈물하다가는 중기부와의 대결구도에서 열위에 놓일 수 있어서다. 허 시장의 반대논리도 주장의 당위성, 상당성 등을 뒷받침한다 할 것이고 그런 만큼 중기부의 이전 명분과 논리를 배척하는 데 크게 부족하지 않은 것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허 시장은 입장문에다 중기부 대전 이탈 방침과 관련 `3불가론`을 담아 반박했다. 요약하면 첫째 균형발전 취지에 어긋나는 한편, 둘째 당초 세종 이전대상 부처에 중기부는 해당되지 않으며 셋째 중기부가 이전하면 엉뚱하게도 비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유치 쟁탈전이 불 붙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렇듯 세종 이전의 불가 사유가 명료함에도 중기부는 일찍부터 대전과의 작별을 도모해온 흔적이 농후하다. 세종에 가입주를 전제로 임차건물을 물색중인 게 맞다면 중기부 이전이냐 잔류냐 하는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아가 행안부에 이전 의향서까지 제출한 마당이어서 대전 입장에서는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 허 시장 입장문은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나온 반대 메시지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의아한 것은 허 시장을 빼고는 다른 곳에서는 별로 긴박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 지역사회 분위기다. 중기부가 대전이라는 둥지를 박차고 나가려 한다면 대전시는 물론 지역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경제계 등에서도 강도 높은 목소리를 낼 법도 한데 무덤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응집력과 지역 현안에 대한 반응속도로는 판을 유리하게 주도하기 힘들다. 허 시장이 정치권에 긴급 사인을 보내고는 있지만 어제 모습과 같이 홀로 싸우는 식으로 비치면 중기부가 대전을 등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협상력을 키우고 나중을 위해서라도 앞뒤 눈치 보지 말고 `분기`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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