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해마다 이즈음이면 전국 각 시·도에서 건축문화제가 열린다. 대전·충남·북 역시 올해에도 비대면 중심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개막을 앞두고 있다. 서울에서는 지난 16일 개막했는데 올해 주제로 `틈새건축`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틈새건축은 말 그대로 도시의 자투리 공간, 즉 틈새에 대한 새로운 건축적 인식을 의미한다. 건축물 뿐 아니라 공간 활용과 생활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으로까지 그 의미는 확장된다. 이제 건축에 대한 관점이 조금 더 실제 생활영역에서 논의돼야 될 때라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는 것 같다. 굳이 명제화하지 않더라도 한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데에는 랜드마크적 건축보다는 오히려 작은 건축이 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틈새건축은 올해 서울시 건축상의 한 부문으로 신설돼 그 지향성을 구체화했다. 훌륭한 작품들이 많지만 그 가운데 특히 주목한 것 중 하나가 `통의동 브릭웰(Brickwell)`이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골목 안을 거닐다 보면 만나는, 거대한 우물 형상의 빈 공간을 품은 벽돌 외장의 4층짜리 근린생활시설이다. `브릭웰`의 공간 구조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 560.20㎡ 대지 가운데 거의 반을 비워 지름 10.5m의 원통형 아트리움을 만들었다. 1층 필로티 공간 주변에 작은 초화와 나무들을 심은 연못을 따라 맴돌이 하다 보면 어느 새 시선은 원 안의 하늘로 향한다. 이 정원은 천연기념물 제4호 백송(白松)이 있던 터로 연결돼 골목안 공공정원의 역할을 한다. 공공건축도 아닌데 대담한 시도를 한 건축가와 건축주에게 경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 건축물은 용적률 177.82%로 이 지역 용적율 제한선인 200%를 밑돌고 있다. 또 원형과 방형 조합으로 이뤄진 비교적 단순한 조형원리의 매스에 섬세한 벽돌조 패브릭을 씌워 만들어진 외관은 다면적이고 품격 있는 의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건축주가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당선작 `지붕 감각`을 통해 남다른 건축적 아이디어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아직 실제 프로젝트 실적은 거의 없었던 신예 건축가 집단에 설계를 의뢰하고 신뢰적 관계 속에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이러한 결과를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결국 이 건축은 배려와 품격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틈새건축은 창신동 `세로로`다. `세로로`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33㎡ 폐가 부지에 들어선 5층짜리 협소주택이다. 한양 도성 성곽을 배경으로 들어선 백색 건물은 단순한 형태가 오히려 디자인의 격을 남달라 보이게 하는데 그것은 주변 여건을 정직하게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햇빛이 들어오는 남쪽과 공원을 바라보는 서쪽으로는 큰 창문을 내고, 주변 건물과 근접한 동쪽과 북쪽은 창문을 최소화했으며 외벽 곡선도 대지의 형태를 따른 결과다. 결과적으로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이미지를 전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 건축의 가치는 이러한 외형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세로로` 역시 건축과정에서 생활 방식에 대한 새로운 해석, 건축여건에 대한 입체적 분석,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세심하고 창의적 접근이 이러한 훌륭한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된다. 이 주택의 대지는 건축법규를 적용하고 나면 한 층의 바닥 면적이 16.5㎡ 정도에 불과해 신축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는 조건이었지만 건축주이기도 한 건축가는 발상의 전환으로 연면적 66.7㎡의 집을 지었다. 오늘날 우리의 대표적 주거양식인 아파트를 비롯해 대부분의 집들이 `가로`로 살게 되어 있지만 건축가는 낮시간은 주로 2-3층에서 보내고 저녁 시간은 주로 4-5층에서 보내게 공간을 구성해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집을 `세로`로 잘 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방치된 자투리 땅이어서 한양도성을 바로 옆에 둔 매력적인 대지를 저렴하게 구입함으로써 3억여 원에 `내 집`을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동네 어귀에 오랫동안 버려져 있던 폐가가 멋진 집으로 변하게 되니 못 쓰는 땅으로 여겨졌던 자투리 공간에 일어난 멋진 변화다. 틈새건축은 아름다운 건축의 또 다른 모습이다.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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