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는 정보전달 매체를 뜻하는 미디어(Media)와 건물 외벽(전면)을 뜻하는 파사드(Facade)가 합성된 용어다. 주로 도시에 있는 빌딩을 비롯해 다양한 구조물의 면(面) 혹은 입체적인 구조물에 LED를 부착하거나 프로젝트를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 영상을 투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 및 도시공간을 디지털미디어 표현의 디스플레이로 활용해 예술적 영상미를 제공하는 미디어파사드는 공공예술, 도시디자인, 아트 마케팅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된다. 지난 4월 코엑스 아티움 옥외광고판 건물에 설치된 `WAVE`는 1분 가량 휘몰아치는 3D 파도로 국내외 유튜버들과 주요 언론 및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도심 한가운데 초대형 전광판을 유리탱크로 설정한 과감한 기술력과 자본, 그리고 생생한 현실감은 예술과 상업, 고급미술과 대중미술의 구별을 무너뜨렸다. 미디어콘텐츠 및 파사드는 도시의 미적 경관 및 정체성을 창출하는 주목할 만한 플랫폼으로 거듭 진화하고 있다.

2020 문화체육관광부 공립박물관(미술관) 실감콘텐츠 제작 및 활용 선정사업에서는 이응노미술관의 건축물을 바탕으로 한 미디어파사드가 선정됐다. 이응노미술관은 미래예술의 발굴과 가치 보존이 미술관이 해야 할 주요한 일이기에 새로운 예술과 이응노와의 만남은 언제나 현재형으로 진행 중이다.

`이응노미술관 건축과 이응노의 삶과 예술`을 주제로 미술관 내, 외부에 상영되는 미디어파사드 `이응노 하얀 밤, 그리고 빛`은 지난 9월 11일부터 매주 금요일 상영돼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상황속에서도 방역지침 준수와 인스타그램 라이브 생중계,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접촉방식으로 진행됐다. 또한 비대면 종합예술 체험프로그램인 이응노 라이트는 펀 러닝, 요가&명상, 퍼포먼스 프로그램 등이 진행 중이다.

이응노미술관의 건축과 이응노의 예술은 새로운 젊은 작가들의 오마주와 재해석을 거친 미디어 작품으로 재탄생돼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동양화 전통을 매개로 새로움을 추구하며 다양한 형태와 내용을 갖게 된 `군상`과 `문자추상`은 21세기 디지털미술의 새로운 시공간 속에 새로운 시각이미지를 창조한다. 수묵과 매체의 다양한 형식 실험으로 자기를 쇄신했던 이응노의 예술은 시대가 바뀐 현재 디지털 미디어를 표현 도구로 갖게 된 새로운 세대의 출현 속에 컴퓨터 시뮬레이션 이미지가 만들어 내는 환상의 세계로 전환된다.

이응노미술관 전면에 혹은 내부에 전개되는 미디어파사드는 세계적 예술가 이응노의 삶과 예술이 새로운 세대와의 만남과 소통에 있으며 인간의 창의에 대한 무한한 긍정이 미디어파사드의 정신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이응노의 예술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삶의 태도이고,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발견한 감각, 형태, 이미지들의 각기 다른 해석과 자유, 그리고 재탄생이다.

로랑 보드엥이 지은 이응노미술관은 이응노의 작품(목숨 수 壽)에 기초해 담장과 바람, 숲속과 빛이 조화된 미술관이라는 개념으로 설계된 미술관이다. 자연의 빛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건축물 안에 스며들 뿐만 아니라 마당을 통해 넘나들 듯 보고 느끼고 산책하는 미술관이라는 생각은 백색시멘트와 뮤지오그래피를 최초로 사용한 명품미술관이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건축, 디자인, 미디어가 상호작용을 통해 소통의 요소로써 활용되는 미디어파사드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돼 왔고 이응노 건축이 가지는 요소와의 결합은 이응노 예술을 한 차원 고양시킨다. 이응노미술관이 가지는 파사드로서 독자성은 새로운 예술과 세대의 결합 속에 소통과 세계성을 갖게 될 충분한 요소를 갖고 있다.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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