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식 농협 계룡시지부 지부장
한문식 농협 계룡시지부 지부장
오래전에 읽었던 책속에는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 이름이 나온다.

책 제목은 고 최인호 작가의 대하소설 `상도(商道)`이다. 상도에 나오는 주인공 조선후기 거상 임상옥이 늘 이 잔을 곁에 두고 다니면서 마음의 경계로 삼았다고 한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가장 낮은 상업계에서 종사 했던 임상옥은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고, 사업관련 모든 거래관계에 있어서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평정심을 지키기 위해 늘 `계영배(戒盈杯)`를 가까이 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넓은 안목과 뛰어난 사업역량을 가졌던 임상옥은 결국 큰 부자가 된다. 그리고 축적한 대부분의 부(富)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도덕적으로도 당대 최고의 상인(商人)으로서 명성을 날린다.

현재의 복잡한 일상에서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오래전부터 `계영배(戒盈杯)` 세 글자를 내 카톡 프로필에 적어놓고 교훈으로 삼고 있다. 계영배(戒盈杯)`는 한자로 경계할 계(戒), 찰 영(盈), 잔 배(杯) 로서 `넘침을 경계하는 술잔`을 뜻한다. 술이 잔의 7할 정도 차면 잔 밑으로 새어나가게끔 특수하게 만들어졌다.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실의 수세식 좌변기의 원리인 `사이펀의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계영배(戒盈杯)`의 숨은 뜻과 유사한 내용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의미로서 "넘침은 부족한만 못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다수의 사람들이 권력, 재물이 많아지면 자만심이 커져서 교만해지는 등 지나친 욕심을 부리게 되어 결국 인성 또는 인격을 망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패가망신(敗家亡身) 까지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즉 권력이든 재물이든 많이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더 갖고자 더 움켜지고 발버둥을 치다가 결국 일이 잘못되는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된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통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갑(甲) 질을 일삼고, 각종 편법과 불법으로 부를 세습하는 등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씁쓸한 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계영배(戒盈杯)`에 담긴 의미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업종은 금융업(金融業)으로서 대표적인 서비스업이다. 늘 많은 사람을 상대하고 금전을 다뤄야 한다. 고객의 신뢰와 신용을 중요시하는 공공성, 공익성이 큰 업종이다. 작은 실수가 큰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주어진 일을 함에 있어서 늘 `계영배(戒盈杯)`의 뜻을 새기며 마음을 다 잡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동안 직장인, 생활인으로서 바쁜 일상을 살아오면서 그리고 다양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늘 `계영배(戒盈杯)`의 숨은 뜻을 생각하였다. 이제 곧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은퇴 이후에도 내 앞에 펼쳐질 미지의 인생 2라운드를 개척하면서 활기차게 살아가고자 한다. 이런 개척의 길에 `계영배(戒盈杯)` 는 `마음 새김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아니 `마음 가르침의 큰 스승`이 될 것이다. 한문식 농협 계룡시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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