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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계영배(戒盈杯)

2020-10-20기사 편집 2020-10-20 07: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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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한문식 농협 계룡시지부 지부장

오래전에 읽었던 책속에는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 이름이 나온다.

책 제목은 고 최인호 작가의 대하소설 '상도(商道)'이다. 상도에 나오는 주인공 조선후기 거상 임상옥이 늘 이 잔을 곁에 두고 다니면서 마음의 경계로 삼았다고 한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가장 낮은 상업계에서 종사 했던 임상옥은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고, 사업관련 모든 거래관계에 있어서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평정심을 지키기 위해 늘 '계영배(戒盈杯)'를 가까이 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넓은 안목과 뛰어난 사업역량을 가졌던 임상옥은 결국 큰 부자가 된다. 그리고 축적한 대부분의 부(富)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도덕적으로도 당대 최고의 상인(商人)으로서 명성을 날린다.

현재의 복잡한 일상에서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오래전부터 '계영배(戒盈杯)' 세 글자를 내 카톡 프로필에 적어놓고 교훈으로 삼고 있다. 계영배(戒盈杯)'는 한자로 경계할 계(戒), 찰 영(盈), 잔 배(杯) 로서 '넘침을 경계하는 술잔'을 뜻한다. 술이 잔의 7할 정도 차면 잔 밑으로 새어나가게끔 특수하게 만들어졌다.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실의 수세식 좌변기의 원리인 '사이펀의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계영배(戒盈杯)'의 숨은 뜻과 유사한 내용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의미로서 "넘침은 부족한만 못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다수의 사람들이 권력, 재물이 많아지면 자만심이 커져서 교만해지는 등 지나친 욕심을 부리게 되어 결국 인성 또는 인격을 망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패가망신(敗家亡身) 까지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즉 권력이든 재물이든 많이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더 갖고자 더 움켜지고 발버둥을 치다가 결국 일이 잘못되는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된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통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갑(甲) 질을 일삼고, 각종 편법과 불법으로 부를 세습하는 등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씁쓸한 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계영배(戒盈杯)'에 담긴 의미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업종은 금융업(金融業)으로서 대표적인 서비스업이다. 늘 많은 사람을 상대하고 금전을 다뤄야 한다. 고객의 신뢰와 신용을 중요시하는 공공성, 공익성이 큰 업종이다. 작은 실수가 큰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주어진 일을 함에 있어서 늘 '계영배(戒盈杯)'의 뜻을 새기며 마음을 다 잡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동안 직장인, 생활인으로서 바쁜 일상을 살아오면서 그리고 다양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늘 '계영배(戒盈杯)'의 숨은 뜻을 생각하였다. 이제 곧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은퇴 이후에도 내 앞에 펼쳐질 미지의 인생 2라운드를 개척하면서 활기차게 살아가고자 한다. 이런 개척의 길에 '계영배(戒盈杯)' 는 '마음 새김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아니 '마음 가르침의 큰 스승'이 될 것이다. 한문식 농협 계룡시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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