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현장에 전세난을 겪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사연이 등장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8월 초 경기도 의왕시 소재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잔금 납부가 미뤄지면서 매매가 불발될 위기다. 또 홍 부총리는 현재 전세로 거주하는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에서 집주인으로부터 실거주 통보를 받은 후 내년 1월까지 새로 거주할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세종에 분양권을 갖고 있어 `2주택자`인 홍 부총리는 의왕집을 팔아 공적 책임을 다하려 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이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을 강행 처리할 때 야당과 부동산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문제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야당의 한 의원은 "주택정책 최악의 상황이 홍 부총리의 딜레마를 통해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정부에서는 임대차법을 발표한 이후 2-3개월 이면 전세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갈수록 시장 불안감만 짙어지는 모양새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거나 집주인이 들어가 사는 사례가 늘면서 매물이 실종되고, 이에 따라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전도 전세 매물이 씨가 말라 지금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다. 최근에는 아파트 전셋값이 분양가를 앞질렀다.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한 서구 `e편한세상둔산1단지` 전용 84㎡ 아파트 전셋값은 현재 4억 원에서 4억 5000만 원 선이다. 2018년 1월 분양 당시 이 아파트 분양가는 최고 3억 9900만 원으로 전셋값이 분양가보다 5000만 원 높은 상황이다. 지난 4월 입주한 유성구 `반석 더 샾` 아파트도 2017년 전용 84㎡를 3억 원 선에 분양했는데, 현재 전셋값은 3억 3000만 원을 넘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약자를 위하겠다며 내놓은 정책이 집값 상승과 전세 매물 실종을 초래해, 오히려 약자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규제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전문가와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조남형 취재3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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