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도 힘든 상황 속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ASF)이 1년 만에 또 나왔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야생 멧돼지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전염성이 매우 높고 감염되면 폐사율이 100%인 치명적인 가축 전염병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발병돼 명명된 것이다. 불행중 다행스럽게도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는다. 이 병에 걸린 돼지는 40도 이상의 고열, 식욕부진 등을 보이다가 폐사하며 암돼지는 유산 또는 사산을 할 수도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잠복기도 4일-20일 정도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17일 경기도 파주시 한 돼지농가에서 최초로 발생, 올 들어 경기도 북부와 인천 강화도 지역까지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ASF 발생 이후 1년 여간 돼지를 키우지 못해 경기, 강원지역 축산농가들의 어려움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올해 또 다시 발생해 충남지역도 비상이 걸렸다. 충남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양돈단지인 충남 홍성에서 ASF가 발생할 경우 방역과 사육중단, 돼지를 다시 키워 출하기까지의 시간 소요 등으로 인해 최대 76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민 모두의 관심이 코로나19에 집중되는 동안 ASF는 관심 밖 사안으로 치부되고 있다. 방역당국과 축산농가는 코로나 방역에 이어 돼지열병 방역이라는 숙제까지 떠안게 됐다.

겨울철에 더 활성화되고 전파력도 강해지는 특성을 지닌 ASF는 살처분만이 확산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1억마리, 국내에서 45만 마리의 돼지가 희생됐다. ASF 전파자로 낙인찍힌 야생 멧돼지는 계속 살처분 될 것이다. 확산을 막기 위해 축산농가들은 사육 돼지가 의심증상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신고하는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 지자체 역시 동절기 특별 방역에 돌입하는 등 물샐틈없는 방역도 중요하다. 한 해 농사에 온 열정과 땀을 쏟는 농부의 마음처럼 `자식 같은 돼지`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축산농가의 바람도 그럴 것이다. 치료제조차 없어 속수무책으로 살처분 되는 돼지를 바라보며 더는 한숨 쉬지 않기를, 관심권에서 멀어진 우리 축산 농가를 위해서라도 보다 실질적이고 현실성 있는 지원과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임은수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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