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거리 '동네 배달' 서비스 속속 도입
"방문객 늘며 가맹점 매출 쑥쑥"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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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슬세권`이 뜨고 있다. 슬세권은 슬리퍼와 세권의 합성어로 편안 옷에 슬리퍼를 신고 방문할 수 있는 지역을 일컫는다. 슬세권의 대표격은 편의점이다. 요즘 편의점은 간편식품과 음료, 주류 등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근에는 택배와 복사·인쇄·팩스 전송이 가능한 `무인복합기` 서비스. 제품을 가가호호 배달하는 편의점까지 등장해 새로운 소비 경향으로 떠오르고 있다.

◇택배부터 복사·인쇄까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 7-9월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의 택배 서비스 이용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격히 늘었다. CU의 택배 서비스 이용 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23.6% 증가했고, 세븐일레븐도 택배 서비스 매출이 8.3% 늘었다. 복사와 인쇄, 팩스, 스캔 기능을 제공하는 무인복합기 서비스 이용도 증가세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집 근처 편의점에서 서류 업무를 처리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PC방 이용 등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도 편의점 무인복합기 이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인복합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복사와 인쇄, 팩스, 스캔 기능을 제공하고 복합기와 연동된 PC를 통해 전자 문서를 다운받아 인쇄하거나 전송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와 금융 자동화기기(ATM) 이용 건수도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었다"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들이 편의점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까운 거리 배달해드려요"=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배달 시장 규모는 2017년 15조 원에서 지난해 23조 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라이더(이륜차 배달기사)수는 크게 변화가 없어서 주문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배달 수요가 많지 않았던 편의점도 `동네 배달`에 나서고 있다. GS25는 지난 8월 업계 최초로 도보 배달 서비스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를 내놨다. 우딜 모바일 앱을 내려 받은 일반인들이 우리동네딜리버리 친구(우친·배달원)로 참여해 `요기요`로 주문한 GS25 상품을 주문자에게 배달하는 배달 플랫폼 서비스다. 오프라인 점포인 GS25 등을 중심으로 반경 1.5㎞ 거리까지 도보로 배달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CU도 `근거리 도보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CU 도보 배달서비스는 주문과 배달이 1대 1로 매칭되고 배달원의 담당 범위가 좁아 빠른 배달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이마트24와 세븐일레븐 역시 편의점 도보 배달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 배달은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점포 네트워크의 특성을 이용한다는 장점을 내세워 새로운 배달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전 서구의 한 편의점주는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샌드위치 등 바로 먹을 수 있는 제품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것까지 편의점에서= 편의점에서 각종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자 편의점들은 앞다퉈 이색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GS25는 계좌나 카드가 없어 온라인 결제에 어려움을 겪는 10대 청소년을 위한 온라인몰 결제 대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몰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결제 방식으로 `GS25 편의점 결제`를 선택하면 휴대전화로 바코드가 전송된다. GS25 점포에 해당 바코드를 제시하고 결제 금액을 현금으로 내면 된다. 또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신선식품을 냉장 보관한 상태에서 찾아갈 수 있는 `박스25(BOX25)`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스25는 고객의 택배를 대신 받아 보관해준다.

세븐일레븐은 국제 특별수송 물류기업 페덱스와 함께 해외 서류 배송 서비스를 런칭했다. 페덱스 홈페이지에서 배송 신청을 한 후 세븐일레븐 점포에 발송할 서류를 가지고 오면 된다. 롯데 계열사의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상품을 점포에서 수령할 수 있는 스마트픽 서비스, 롯데홈쇼핑 상품을 대상으로 한 반품 대행 서비스도 있다.

편의점이 생활 서비스 확대에 나선 이유는 이들 서비스가 점포 방문객을 늘리는 데 도움을 주고 매출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이용을 위해 편의점을 찾았다가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방문 고객수가 늘어 가맹점의 수익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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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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