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은 UN(국제연합)이 지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이다. 1987년 10월 17일 프랑스 파리의 `인권과 자유의 광장`이라고 불리는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조셉 레신스키 신부의 주도하에 10만명의 군중이 모여 `절대빈곤 퇴치운동 기념비` 개막 행사가 열렸고, 이 비석에는 `가난이 있는 곳에 인권 침해가 있다.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는 글귀가 새겨졌고, 5년 후 1992년 UN에서는 빈곤과 폭력, 기아로 인한 희생자를 기리며 빈곤 탈출과 인권신장을 높이고자 10월 17일을 `세계 빈곤퇴치의 날`로 정했다.
UN은 2000년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발표하고, 2015년까지 빈곤 인구의 비율을 반으로 줄이고, 기아로 인해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 초등교육을 제공하기로 하였고, 세계 각국에 목표달성을 위해 동참을 이끌어내 2010년 절대빈곤은 절반으로 줄고, 초등교육도 다수 해결이 되었다. 또 2015년 UN 총회에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설정에 합의해 2030년까지 경제, 사회, 환경적 가치가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기 위해 17개 목표, 169개의 세부목표를 전 세계가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했고, 그중 첫째 과제는 빈곤층 감소와 사회안전망 강화이다.
UN 지속가능개발위원회는 2017년 기준 하루 생계비 1.9달러 미만인 지구촌의 절대빈곤 인구를 7억 8300만 명으로 추산했다. 지난 4월 발표된 유엔대학교(United Nations University) 연구원은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세계의 소득 또는 소비가 20% 감소할 것이라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에 근거해 세계 인구의 8%인 4억 2000만에서 5억 8000만명 정도가 극빈 층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9달러 미만의 극빈층은 9억 2200만명이 되고, 전세계 78억 인구의 절반이 5.50달러 미만의 빈곤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아문제 전문가 장 지글러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120억 명이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는데, 10세 미만 아이들이 5초에 한 명씩 굶주려 죽고 있다고 한다.
절대빈곤을 극복한 모범국인 우리나라도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위기에 빈곤층은 더 힘들어졌다. 저소득 가구, 쪽방촌 거주자, 노숙인 등 주거빈곤층은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하고,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감소해 임대료도 내기 힘든 한계상황에 처한 가구가 늘고 있다. 가난은 개인의 팔자도 아니고, 게으르거나 무능력 때문도 아닐 것이다. 균등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해 가난이 대물림되고, 땀 흘려 일하면서도 가난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복잡해진 빈곤의 원인과 실태를 파악해 세심한 정부 정책을 펴야 하고, 시민들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눔 참여로 기회의 균등을 제공한다면 빈곤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박미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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