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3부 김용언 기자
취재3부 김용언 기자
`때린 놈은 다리를 못 뻗고 자도 맞은 놈은 다리 뻗고 잔다.` 국내 중소기업이 어렵게 개발해 낸 기술을 하루아침에 덩치 큰 기업에 빼앗겼다는 이야기들은 `때린 놈`과 `맞은 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속담은 때린 놈은 다리 뻗고 자서는 안 된다는 당위성과 권선징악적 교훈을 남긴다. 그런데 현실은 과연 그럴까. 올해 국정감사에도 등장한 단골메뉴 중 하나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문제다.

이장섭(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 `힘의 불균형`이 여전하다. `중소기업 기술보호수준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15-2019년 전국 243개 중소기업이 기술유출 또는 기술탈취로 316건의 피해를 입었다.

피해 금액은 4346억 원에 달한다. 연구과제 개발 계획 또는 결과 데이터, 생산중인 제품 등에 걸쳐 피해 범위 역시 방대하다. 중소기업의 좋은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남기지만, 철저히 `을`의 위치인 중소기업은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한다.

뱃심을 발휘해 대응에 나서면 거래중단 같은 보복이 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일정 부분 `진실 게임` 공방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기술을 빼앗긴 중소기업은 억울하다고 하지만 대기업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기술을 이전받았다고 맞서는 경우가 있어서다.

기술 분쟁 조정신청 결과가 나오면 책임의 부등호가 정해지지만 심적 부담은 중소기업의 몫이 절대적으로 크다. 정부 등이 실시한 각종 인식 조사에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중소기업들의 응답이 절대적으로 높은 이유다.

앞서 대전에서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의 예를 들었던 적이 있다. 특별한 기술을 다수 보유한 이 회사는 유수의 대기업과 공공기관으로부터 기술 이전 러브콜이 쇄도하지만, 말 못할 속내가 상존한다.

공식적인 제안을 받기 전까지는 중소기업으로 겪었어야 할 수많은 괄시가 있었다. 비단 이 회사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기술탈취를 막는 것만으로도 수십 여만 명의 중소기업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는 게 정부의 연구 결과다. 고질적인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병폐인 `기술 탈취`를 막는 일이야말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다. 취재3부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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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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