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한밭도서관장
김혜정 한밭도서관장
한밭도서관은 매월 `도서관 소식지`를 발행한다. 사서가 추천하는 책과 영화, 이달의 작가나 주제를 선정하고 소개하는 내용을 싣는다. 강연이나 공연, 전시회 등 프로그램 참여 안내와 행사개최 후기도 담는다. 그런데 지난 2월 시작된 감염병 사태로 대면 서비스는 대부분 중단됐고 그로 인해 애초 계획됐던 독서문화 프로그램도 연기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평소 행사 관련 내용으로 풍성했던 도서관 소식지 지면은 시민들이 도서관을 방문하지 못해 텅 빈 자료실처럼 활기를 잃었다.

슬금슬금 찾아온 언택트 시대는 도서관과 독서문화 공간으로 향하던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아 놓았다. 자료실의 빈자리를 보면서 독서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지역 서점들의 모습과 책방지기의 한숨 소리가 생각났다. 도서관과 서점이 함께 살아나야 건강한 독서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창작자와 독자)과 공간(도서관과 서점) 그리고 출판계(작가를 발굴하고 창작물을 발행)라는 세 축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상호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질 때 비로소 독서 생태계는 살아날 수 있다.

흔들리는 독서 생태계에 대한 고민에서 `독독(讀讀) 안녕하세요, 동네서점입니다`라는 소식지의 한 코너가 탄생했다. 우리 지역에는 그래픽 노블 전문서점인 가까운 책방, 책 읽어주는 서점인 계룡문고 등 다양한 특색을 지닌 서점이 많다. 도서관 사서는 이런 서점들을 매달 한 곳씩 방문하고 책방지기와 인터뷰한 내용을 소식지에 싣는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아 시민들께 소개하는 마음으로 동네서점을 알린다.

하지만 도서관과 서점의 노력만으로 독서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 독서문화의 꽃이 피려면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도서관과 서점은 일부러 찾아가는 곳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일상 속에 언제나 존재하는 장소여야 한다. 그곳에 존재 가치를 부여해 주는 사람이 바로 `우리`다.

가족과 서점 나들이를 해보는 건 어떨까. 도서관에서 읽은 책, 곁에 두고 오래도록 들춰보고 싶은 책, 나를 위한 책을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데려오는 건 어떨까. 시민의 힘으로 피워낸 대전 독서문화라는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혜정 한밭도서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