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던 자동판매기가 돌아오고 있다. 과거 동전만 넣던 커피 자판기와 비교를 거부한다. 사물인터넷(IoT)과 정보통신 기술(ICU)을 적용한 진화형 자판기다. 편의점 미니스톱은 한우, 삼겹살 등 고기를 뽑아 먹을 수 있는 `정육 자판기`를 지난달 말 도입했다. 별도의 포스(POS) 기기를 거치지 않고 카드만 꽂으면 계산이 완료된다. 아울러 AI 주류자판기도 국내 도입될 전망이다. 소비자가 성인 인증을 하고 물건을 꺼내면 AI가 자동 결제하는 방식이다. 자동판매기(自動販賣機)는 사람이 없이도 상품을 자동으로 판매하는 기계를 의미한다. 자판기 역사는 2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C 215년경 헤론이 발명한 성수(聖水) 자판기가 최초였다. 이집트 신전에 설치됐던 이 기계는 드라크마 경화(硬貨)를 올려놓으면 그 무게로 구멍이 열리고 성수가 흘러나오도록 설계됐다. 이후 17세기 영국에서 부활해 미국, 유럽으로 전해졌고 점차 담배, 우표, 서적, 과자류의 자판기로 활용됐다.

우리나라의 최초 자판기는 1973년 산아제한 정책으로 도입된 피임기구 자판기였다. 훗날 지하철 1호선에 커피 자판기가 설치되면서 본격적으로 자판기 보급이 시작됐다. 이후 음료수·과자 등으로 산업이 급성장했으나, 커피숍·편의점 확산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전략이 부상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신용카드, 스마트폰과 결합한 스마트 자판기로 진화하면서 산업 자체의 판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스마트 자동판매기 글로벌 시장은 오는 2027년 170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 자판기는 휴대폰, 위생용품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며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세종특별자치시는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365일 연중무휴 책을 빌릴 수 있는 `U-도서관`자판기를 작년부터 선보이기도 했다. 취급 품목부터 결제 방법까지 자판기의 무한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자판기가 미래 먹거리산업의 주역이 될 날도 머지 않았다. 기계 오류와 골목 상권 침탈 문제, 무인 매장에 대한 거부감은 풀어야할 과제다. 상품을 넘어 재미와 가치까지 파는 이색 자판기들. 상상을 초월하는 자판기가 개발되어 우리를 또 놀라게 하지 않을까. 김하영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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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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