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도상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연구본부장
조도상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연구본부장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감염증 환자가 감소하자 봉쇄정책을 완화했던 국가에서 다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유럽연합 31개국 중 4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인구 10만 명 당 확진자 수 20명 이상인 `코로나19 확산 경보` 기준치를 넘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추세는 국가별 봉쇄정책과 경제 활성화 대책에 반응하며 변동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8·15 집회를 전후로 급격하게 증가했던 확진자 수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등으로 두 자리 숫자로 감소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국내 방역정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많은 국가에서 추적·격리·치료의 단계별로 벤치마킹되고 있다. 하지만 전 지구적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확산 속에서 감염병과의 싸움이 장기화되는 시점에 방역과 경제의 균형을 잡는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감염병 전파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인간의 자율 이동에 대한 모델링을 통해 효율적인 공간 설계 기법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경제 주체들의 일상적인 경제 활동이 방역에 미치는 효과 분석을 통해 적절한 방역정책을 시행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업종별·지역별·경제 주제별 방역이 경제 활동과 이동에 미치는 효과를 정량화하는 수리적 모델링이 필요하다. 정량화된 상관 영향 분석으로 최적화된 정책 모형을 기획할 수 있다.

다양한 위험 요소로부터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수행하는 수학 기반의 모든 연구개발 활동이 공공안전 수학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도시화·산업화·인구 밀도 증가와 같은 사회적 변화와 환경적 변화로 인해 다양한 위험요인들이 상호 연계돼 나타나는 대형재난의 발생이 빈번해지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지진과 홍수와 같은 대형 재난에 의해 차량·도보 등에 의한 대피가 필요한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피 경로를 구축하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2019년 호주 산불은 인도양의 동쪽과 서쪽의 온도 차가 심해지는 다이폴 현상이 원인이 돼 작은 발화가 장기간 지속된 대형 산불로 번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다양한 원인들을 분석해 대형 산불에 대한 예측 모델도 수리 모델을 통해 개발 가능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 9.0의 지진으로 건물 붕괴·지반 침하·대형화재가 발생했다. 동시에 대형 쓰나미로 인해 도시 침수와 원전 폭발이라는 복합적인 재난이 발생해 2만여 명의 사망·실종자, 20여만 명의 이재민, 350조 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이와 같이 두 개 이상의 재난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복합 재난은 사회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고 피해 규모가 천문학적이며 단일 지역 또는 국가를 넘어 국제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특히 자연 재난이 사회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인적 물적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수리적 모델링에 관한 연구도 시작돼야 한다.

타당한 미래 복합재난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위해서 단일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재난 전문가 사이의 융·복합 연구가 필요하다. 이처럼 미래 복합재난 시나리오 작성은 방대한 자료 분석과 다학제적 연구가 필수적이다. 특히 지구온난화 등에 의한 자연환경 변화에 대한 데이터 분석·수리모델·딥러닝 등을 통한 변화 감지, 예측의 연구를 통한 자연환경에 의한 위협 요소에 대한 분석 연구와 동시에 국내외 과거 대형 재난 사례에 대한 분석 연구가 동반돼야 한다. 수집 가능한 모든 정보들로부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재난 사이의 인과관계를 파악한다면 복잡한 재난 예측과 피해 최소화를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연구 과제 기획에 있어서 지자체와 공공기관 간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공공데이터 활용과 공유 플랫폼이 활성화돼야 한다. 미증유의 팬데믹 상황에서 언제 어떻게 닥칠 수 있는 재난의 복잡한 상황의 대비 필요성이 현실이 됐다. 이러한 준비를 통해 현재의 우리의 삶이 안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조도상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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