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정호 서산시장
맹정호 서산시장
순천만이 지난해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집계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주요 관광지의 방문객을 조사한 결과,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에 618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 놀이시설을 제외한 순수관광지로서는 전국최고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생태관광이 대세다.

우리지역에도 순천만 못지않은 생태관광자원이 있으니 국내 최대 해양보호구역이자 국내 최초 해양생물보호구역인 가로림만이 그곳이다. 가로림만은 149종의 대형저서동물들이 살고 있고 습지보호지역 기준면적의 9배에 달하는 염생식물이 분포하는 생태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다.

점박이물범, 붉은발말똥게, 흰발농게, 거머리말 등 보호대상 해양생물이 다수 서식하고 법적보호 바닷새 5종 1202개체가 출현하며 해양생태계 최상위지표 점박이물범을 육역에서 직접 관찰 가능한 유일한 곳이다.

2007년 12월 7일 태안군 앞바다에서 대형 유조선이 해상크레인과 부딪혀 원유 1만2547㎘가 바다로 유출되는 최악의 해상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유출된 원유는 태안군을 넘어 충청남도 해안전역은 물론 전라도와 제주도까지 흘러가 생태계와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가로림만이 있었다.

누구는 20년, 다른 누구는 100년, 혹자는 회복불가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가로림만 사람들과 우리국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전국에서 삼삼오오 모여든 하얀 방제복 행렬은 검게 변한 해변을 수건으로 헌옷으로 닦고 또 닦았다.

사고가 나고 10년의 시간이 흐른 뒤 충남연구원 서해안기후환경연구소 윤종주 책임연구원 등 연구진은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유출사고 후 10년 동안의 충청남도 해안환경 변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 내 유류오염 회복에는 1년, 퇴적물 유류오염 및 잔존유징 회복과 해양생물 내 독성물질 축적 회복에는 약 2~3년, 저서동물의 종수 및 종다양성 회복에는 약 3~4년 정도가 걸렸으며 이후에는 사고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생태환경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충청남도 해양생태계의 건강성이 외부의 큰 충격으로부터 빠른 회복력을 보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우리시는 충남도 및 태안군 등과 협업을 통해 가로림만을 자연과 인간, 바다와 생명이 어우러진 글로벌 해양생태관광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충남형 해양신산업 역점 과제인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최종 선정돼 지금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경제성분석 등이 진행 중이다.

대상면적은 159.85㎢로 내년부터 2025년까지 5년 동안 총 2715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해양정원센터 건립, 갯벌생태계 복원, 갯벌정원 조성, 점박이물범 전시홍보관 건립, 해양힐링숲 조성, 둘레길 조성 등 건강한 바다환경 및 해양생태관광 거점으로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계획이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 지역공약에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사업을 포함시킨 이후 제5차 국토종합계획에도 반영시켰고 지난 7월 가로림만 해양정원 추진 결의대회 및 제16회 충남지방정부회의에서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하고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사업의 예타통과를 촉구하는 등 지방정부 차원의 공동대응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지난 9월 17일에는 충남도청에서 가로림만 및 해양보호구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관계기관 업무협약을 가졌다. 충남도와 서산시, 태안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어촌어항공단, 해양환경공단, 롯데 아쿠아리움 등 7개 기관이 함께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 및 해양보호구역 관리기반 마련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으기로 한 것이다.

가로림만은 많은 상처를 품고 있는 우리네 어머니와 같은 곳이다. 유류유출사고로 숨 죽였고 조력발전소 문제로 호된 몸살을 앓았다. 오랜 시간 많은 것을 감내하며 속으로 삭혀온 곳이기에 위로가 필요하고 치료가 필요하다. 대립과 갈등, 반목과 질시의 과거를 청산하고 상생과 희망의 미래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가로림만 해양정원은 가로림만을 지켜온 사람들에게 뜻깊은 선물이 될 것이고 우리국민들에게는 살아있는 국난극복 역사의 현장이 될 것이다. 맹정호 서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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