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춘
임성춘
(대상 수상)△임성춘(38) : "아~ 집이서 꿈쩍을 뭇혀 불쌍한 내 배때기. 그립구 또 그리워 얼큰허고 시큼헌 깨국지 멀국." 직접 충청도 사투리로 작사한 랩 `흔들리는 꽃들 속이서 깨꾹지내가 느껴진거여`를 부른 임성춘 씨는 이번 경연에서 영예의 대상을 안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충청도 향토음식인 게국지를 안주 삼아 야외에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지 못하는 슬픔을 랩에 담았다. 임 씨는 평소 취미 생활로 직접 가사를 쓰고 랩 하는 것을 즐겨 직장에서 직원 소통의 날 행사나 지역 행사 등에 참가해 실력을 뽐내곤 했다. 이번 경연에서도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 실력을 발휘하며 흥겨운 랩 공연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친구와 전화통화로 술안주 게국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콩트를 통해 충청도 특유의 느긋한 여유와 무심한 듯 속 깊은 정도 표현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임 씨는 "랩에서 라임이라는 것이 중요한데 충청도 사투리의 단어 특성과 랩 가사에서 라임을 맞추는 것이 궁합이 잘 맞아 이번 기회에 충청도 사투리 랩의 멋을 알리고 싶었다"며 "충청도에는 맛있는 먹거리가 어느 곳보다 많다고 생각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타지역 방문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어 아쉬운 마음을 담아 가사를 썼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도 충청도 사투리 경연대회를 개최하면 다른 형태로 참가해 충청도 사투리의 또 다른 매력을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익순(56)·조하람(여·9) : 천안 성남초등학교 교장 선생님과 제자가 한 팀을 이뤄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잘 해봐(Up) 잘 해봐(Down)`를 주제로 수업시간 상황극을 펼쳐 금상을 수상했다. 억양의 높낮이에 따라 사투리 `잘 해봐`의 뜻이 다르게 해석되는 것을 소개했고, 마스크 꼭 쓰기, 손 소독하기 등 코로나19 예방법을 사투리에 담았다. 교장 선생님과 어린 제자가 정겹게 주고받는 사투리는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상금 100만 원 전액을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 장학금으로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박 씨는 "충청도 사투리가 촌스러운 말이 아니라 품격 있고 깊이가 있는 사투리라는 것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오늘 받은 상금은 내년에 입학할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기탁하고 성남초는 앞으로도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적극적으로 참여해 교육력이 강한 학교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은주(여·50) : `암만유 팔도 사투리 중에 충청도가 질이유 질`을 주제로 다른 지역 사투리와 차별화되는 충청도 사투리의 매력을 알렸다. 충청도 사투리만의 고유 단어인 쩜매, 쓸어, 낌어, 찬차니 등 쓰임을 알기 쉽게 정리해 발표했다. 그는 평소 사투리도 고상하고 아름답게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학교, 식당, 직장 등에서의 세련된 충청도 사투리 구사 방법도 소개했다. 말꼬리 길게 빼기, 적절한 추임새 `이` 넣기, `ㅐ`로 끝나는 말 `ㅑ`로 바꾸기 등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해 심사위원단에게 높은 점수를 받아 은상을 수상했다. 김 씨는 "다른 지역의 사투리는 억양이 강한 반면 충청도 사투리는 투박하지만, 짧고 간결하면서 세련됐다"며 "외유내강과 비슷하게 충청도 말은 부드러운 거 같지만 허를 찌르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원정연(여·37) : 베트남이 고향인 결혼이주여성 원정연 씨는 `한국에서의 제2 인생`을 주제로 언어와 문화의 차이, 고향의 그리움 등으로 힘들었던 충청도 적응기를 발표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어 학과를 졸업했지만, 충청도에 정착하고 초창기에 사투리가 이해가 안 돼 충청도 말을 새롭게 배웠던 경험과 사투리 특유 언어소통의 어려움을 밝혔다. 그는 논산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다니며 언어와 문화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소개했고, 원어민 수준의 사투리 구사력으로 인기상을 수상했다. 원 씨는 "처음에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답답해 짜증날 때도 많았지만, 이제는 충청도 사투리가 익숙해져서 이해도 잘 될뿐더러 말투가 귀엽고 매력이 있다"며 "지역 고유의 특성이자 문화인 사투리를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사랑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재신(여·58) : `충청도의 접는 화법과 서산 마애여래 삼존상 뒷이야기`를 주제로 충청도 사투리의 특징들을 소개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충청도 사람과 사투리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씨는 "충청도 사람들은 말이 느린 것으로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데 `접는 화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뒤 끝에 여운을 주는 것"이라며 "충청도 사람들의 행동도 느린 것이 아니라 물산의 풍족함에서 오는 여유로움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문화해설가로 활동중인 김 씨는 1959년 홍사준 교수가 국보 84호 서산 용현리 마래여래 삼존상 발견 당시의 생생한 에피소드를 충청도 사투리와 연계해 전했다. 김 씨는 "충청도 사람들은 느리고 성질도 없다고 오해하는데 이순신 장군, 윤봉길 의사, 유관순 열사, 김좌진 장군 등 충청도 사람들이야말로 불에 들어가도 녹지 않는 얼음을 가슴에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이번 경연가 충청도 사람들의 본모습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원서현(여·33) : 고향인 베트남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지 8년째가 되는 원서현 씨는 `노력 끝에 좋은 결과가 옵니다`를 주제로 의사소통과 문화 차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한 충청도 정착 성공기에 대해 발표했다. 원 씨는 19살 한국에 입국했을 당시에 직장, 병원, 마트, 은행 등에서 의사소통이 어려워 매번 속상하고 답답했지만, 퇴근 후에 꾸준하게 한국어와 충청도 사투리를 열심히 공부하며 한국 생활 적응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지금은 직장에서 의사소통이 어려운 친구를 위해 통역도 해주고, 운전면허증, 한국어능력시험, 컴퓨터 자격증 등도 취득했다. 논산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베트남어 통·번역사로 활동 중인 원 씨는 "이제는 충청도 사투리가 너무 자연스러워 회사 동료들이 가끔 제가 사투리를 쓸 때면 웃음꽃이 핀다"며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결혼이주여성들, 중도입국자녀들에게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다는 힘과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창희(56) : `공주총각과 부여 처녀의 만남`이란 주제로 1950년 후반 부모님이 결혼하기 전 중매로 첫 만남을 가진 이야기를 정창희 씨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들려줬다.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논산 읍내를 처음 나온 어머니는 난생처음 다방에 가서 쌍화차를 마시고, 기차도 처음 타보며 아버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해 표준말을 구사하는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전형적인 부여 사투리와 논산 사투리를 섞어 쓰며 구수하고 정겨운 대화를 이끌어 간다. 정 씨는 부모님의 행복한 첫 만남을 충청도 사투리로 생생하게 관객들에게 전하며 부모님의 자식을 향한 사랑도 되새겼다. 정 씨는 "다른 지역의 경우 사투리 경연대회가 많은데 뒤늦게나마 대전일보가 충청도 사투리대회를 개최한 것에 감사드린다"며 "서울이나 경기 등 다른 지역에 사는 충청민들에게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행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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