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혁신도시는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과 그에 따른 유·무형의 낙수효과로 성장해가는 기존 혁신도시들만의 제한된 리그에서 `관전자`에 불과하던 대전·충남이 동등한 자격을 갖춘 `플레이어`로 참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정부는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을 내세우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대전·충남을 혁신도시 명단에서 배제했었고 370만 시·도민들은 기형적인 역차별의 서러움을 묵묵히 견뎌야 했다. 지난 2005년 처음 혁신도시 기치를 내건 참여정부 시절로부터 15년 만에, 대전·충남 혁신도시 추가지정 요구가 본격화한지 2년여 만에 혁신도시 지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데는 두 지역 주민들의 하나된 목소리와 지역사회 역량 총결집이 결정적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8일 대전 혁신도시 지정 안건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제 시선은 대전 동구 대전역 주변 역세권지구와 대덕구 연축지구로 모아진다. 앞서 대전시는 지난 3월 혁신도시 없는 지자체에 혁신도시 지정 신청의 길을 열어준 개정 국가균형발전특별법(균특법)이 국회 문턱을 넘자 두 달 후인 5월 대전역세권지구와 연축지구를 대전 혁신도시 조성 입지로 결정·발표했다. 낙후된 원도심지역 개발 여건을 조성하고 역세권 재정비촉진지구내 공공기관을 유치해 원도심 경쟁력을 제고하고자 선택된 대전역 주변 92만 3000㎡(28만평) 부지는 철도·교통 혁신클러스터로 탈바꿈한다. 철도 인프라의 양대기관인 한국철도(코레일), 국가철도공단(옛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이곳에 있는데다 지역내 교통의 중심지여서 접근성, 연관산업과 연계·협업 가능성 등에서 입지가 우수하다는 평가다. 원도심인 대덕구 연축지구(24만 8700㎡) 역시 신탄진나들목(IC)이 인접해 있고 도시개발사업으로 주거·업무·상업 등 기반이 마련되는 추세여서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연계한 과학기술 혁신클러스터로 성장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혁신도시로 확정됐다고 해서 모든 일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며 수도권내 120개가 넘는 이전대상 공공기관 중 대전의 기존 공공기관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공공기관을 유치하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촘촘하고 차분하게 긴 호흡을 갖고 수도권 이전대상 공공기관을 설득해 대전 이전이 성사되도록 하고 무엇보다 대전이 혁신성장의 신중심지로 도약하는데 시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충남도 역시 혁신도시 지정에 따른 기대효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충남도는 혁신도시 지정 후 공공기관 유치 시 도내 대학생 등 지역 인재 공공기관 취업률 향상, 정주인구 증가, 민간기업 유치, 주택·교육·의료·문화·체육시설 등 정주여건 개선, 지방세수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8월 국토연구원이 낸 `국토정책 브리프`에 따르면, 전국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인구와 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말 기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은 112개, 이전 인원은 4만 1364명이며, 혁신도시 인구는 20만 4000명으로 계획 인구(2030년)의 76.4% 수준이다. 기업 1704곳이 신규로 입주했으며, 2012년부터 5년 간 일자리 11만여 개가 증가했다. 도는 또 충남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충남 국가혁신클러스터와 연계해 제조업 르네상스를 마련하고, 자동차와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서해안 기간산업 구조를 혁신해 일본 수출 규제나 산업 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충남도는 지난 7월 충남 혁신도시 지정 신청 시 내포신도시를 입지로 명시했다. 내포신도시는 충남혁신도시 산업발전 전략에 따라 △환경기술 연구개발 거점 조성 △해양환경 관리 거점 조성 △환황해권 주력산업 R&D 허브 조성 △산업연구개발(R&D) 공공기관 모델 구축 △문화산업 및 체육 거점 조성 등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도는 앞으로 의료시설과 대형유통시설 유치, 건강도시 조성, 광역도로망 확충, 서해선 복선전철 등 철도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정주여건을 추가조성할 계획이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위기에서 새로운 국가 발전 기틀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가운데 새로운 발전전략은 바로 국가균형발전전략"이라며 "충남이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해 나아가면서 충남 혁신도시를 꽃피우겠다"고 말했다.

이번 혁신도시 지정안 통과는 국가균형발전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과 상위 1000대 기업 본사 74%가 몰려 있고, GRDP의 51.8%를 수도권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지방은 국토의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경제·사회·문화적으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으며,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다만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이 사실상 확정됐지만 혁신도시라는 지위가 부여된 것일 뿐 이전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본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이미 기존 혁신도시들은 수도권 공공기관 추가이전을 골자로 한 `혁신도시 시즌2`를 앞두고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전 공공기관 유치는 곧 일자리 창출과 막대한 세수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2019년 말 기준 이전대상 공공기관 153곳이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을 마친 상태여서 추가이전 대상이 될 공공기관 유치경쟁에 각 지자체는 사활을 걸고 있다. 문승현·김성준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