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약 1년 6개월 정도 남았다. 역대 정부에서는 통상 이 시점이 되면 대통령의 지지도는 30%대 이하로 추락하면서 레임덕이 시작됐다.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기대와 성취간의 인내 할 수 있는 격차가 커지고, 대통령의 핵심 지지 계층에서 균열과 이탈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추석 이후 문 대통령 지지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면서 이런 패턴이 재연될지 주목받고 있다. 데일리안․알앤써치가 추석 직후에 실시한 조사(10월 5-6일)에서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2.3%다. 반면, 부정평가는 53.2%였다.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인 40대에서 긍정 평가는 전주 보다 19.6%p 급락한 44.6%, 부정평가는 18.8%p 급등한 51.7%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추미애 장관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 북한의 공무원 피살 사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론된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40개월을 회고해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우선, 정부는 정책 실패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줄기차게 야당 탓, 언론 탓을 한다. 가령,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화로 불공정 논란이 확산되자 보수 언론의 가짜뉴스와 왜곡 보도 탓으로 돌렸다. 정부의 미숙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민생 경제가 나빠져도 야당의 정치 공세와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정부의 이런 무책임한 태도는 정책 방향(목적)이 옳으면 그것을 추진하는 방식이 잘못돼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에 기인한다. 둘째,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위선의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집권 세력은 줄곧 표현의 자유를 외쳤지만 자신들을 비판하면 고소 고발을 남발했다. 입만 열면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었지만 조국 사태에서 보듯이 권력을 이용한 특권과 반칙이 판을 쳤다. 문 대통령은 신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해놓고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자 검찰을 무력화시켰다. 셋째,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닮아가고 있다. 현 집권세력은 자신들의 의견이나 가치만 옳다고 주장하고, 국민들을 노골적으로 갈라치기 하면서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힘에만 의존하는 정치로 야당과의 대화․타협은 실종되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8월 "한국의 리버럴 정권이 내면의 권위주의를 드러내다."는 기사에서 "현 정부가 민주를 표방하면서 권위주의적 통치를 한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촛불로 탄생한 자칭 민주주의 정부에서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문 대통령의 독특한 인지 스타일, 민주주의 대한 잘못된 학습, 소의 문빠 팬덤 정치에 대한 과신 등이 결합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이 야당답지 못한 것이 핵심 이유다. 야당은 분열되고, 무능하고, 비겁해서 2016년 총선이후 지난 4번의 전국 선거에서 연패했다. 그런데 야당은 박근혜 탄핵을 둘러싸고 여전히 친박과 비박으로 갈라져 싸우고 있고,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만하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이런 정당에 국민이 어떻게 호감을 가질 수 있겠는가? 한국갤럽 조사(9월 22-24일)에 따르면, 국민의 힘에 "호감이 간다"는 비율은 겨우 25%였다. 18-29세와 30대에서는 그 비율이 각각 15%와 17%에 불과했다. KBS 조사(9월 26-28일)에서는 국민의 힘 쇄신 노력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비율은 38.6%인 반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잘못하고 있다`(39.4%) 또는 `모르겠다`(22.0%)고 했다. 집권 세력이 유례없는 야당 복을 타고 났다는 것이 빈말이 아니다. 정부 여당은 호감도 가지 않고 혁신도 제대로 못하는 야당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국민들이 야당보다 가수 나훈아의 말에 더 공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언컨대, 야당이 힘이 있어야 정부 여당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함부로 못한다. 보수 야당은 참회하고, 실력을 쌓고, 혁신해야 한다. 그래야만 존재할 수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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