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인력 대거 전출 가능성 제기… 직원 설문 결과 원장 '불신임' 과반

[그래픽=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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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이 경북 경주에 대규모 연구 개발 사업의 하나로 제2 연구원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도 정작 본원이 있는 대전시는 상황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 정읍에 이어 다른 지역으로 핵심 연구 시설·인력이 대거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아무런 대처나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7일 원자력연에 따르면 오는 2026년 준공을 목표로 경주 감포에 혁신원자력연구단지(제2 연구원)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는 소형원자로 건설 등 미래 원자력 기술 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비 3000억 원과 부지 매입비 1200억 원 등 약 6800억 원이 투입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오는 2030년까지 연구원 등 인력 500명이 투입될 예정인데, 신규 채용 70%에 기존 본원 인력 30%로 충원한다는 계획까지 수립돼 있다는 게 원자력연 측의 설명이다. 현재 이와 관련해 사업 검증의 마지막 단계인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본 심사가 진행 중이다. 원자력연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경주시는 부지 매입비를 지원하는 등 적극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초대형 국책 사업으로, 연구인력 등 지역 자원이 대거 유출될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이익을 대변해야 할 대전시는 관망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측은 제2 연구원 조성 사업이 검증의 마지막 단계인 예타 본 심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올 초에 원자력연이 분원(제2 연구원)을 경주에 조성하기 위해 예타 신청을 했다고는 들었다"면서도 "이후에 상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새로운 인력에 새로운 기술 개발을 한다고 들어서 대전 본원 인력이 유출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안팎에서는 대전 본원에도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한 시설을 구축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시측의 어리숙한 대응과 대처가 지역 자원의 대규모 유출 위기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원자력연 안팎에서는 박원석 원장 등 사측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한국원자력연구원지부(노조)는 최근 두 차례 벌인 설문조사에서 박 원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말 직원 600여 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박 원장 리더십에 대한 평가에서 86.1%가 `못함` 또는 `매우 못함`을 응답했다. 또 지난달 직원 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제2차 설문조사에서 박 원장의 리더십에 대해 96.2%가 `형편없다`고 응답했다. 박 원장이 진행 사항에 관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했냐는 질문에 89.1%가 `아니다`를 선택했다는 것.

원자력연 노조 관계자는 "박 원장은 지난해엔 희망자에 한해서만 경주로 보내겠다고 해놓고 올해 들어선 차기 원장이랑 협의하라고 말을 바꿨다"면서 "(원장에 대한) 직원들 원성이 연구원 유사 이래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원장 측은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노조의 주장을 일축했다.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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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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