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를 죽였다(윤희일 지음)= 점점 심해지는 치매 증세로 고통 받고 있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남편에 관한 이야기로 모든 것이 잊혀도 서로에 대한 사랑만은 영원한 가슴 뜨거워지는 소설이다. 특히, 저자는 그들의 실제 삶과 감정에 대해 섬세하게 다루며, 교환일기 형식을 빌려서 내밀한 감정을 전달한다. 비극적인 운명에 맞서 싸우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치닫게 된 부부의 절망과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서로에 대한 간절한 사랑을 담담하게 그려내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발언을 담고 있는 소설은 치매에 관한한 이제 우리는 출발점에 서 있을 뿐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다. 이와 함께 실제 치매 치료의 한 과정으로 여겨지는 부부의 `교환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형식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오늘날의 많은 이들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것을 잊고 사는 또 다른 치매 환자임을 각성하게 된다. 문학의문학·272쪽·1만 3800원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안상학 지음)= 시인 특유의 고독과 서정으로 구성된 시집은 환갑을 목전에 둔 시인이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생을 뒤돌아보며 관조한 세상에 대한 발화다. 최원식 문학평론가는 추천사를 통해 "작위의 틈입을 허락지 않는 야생의 천진 같은 사람이요 꼭 그 사람 같은 시를 쓴다"고 밝혔다. 작위가 틈입하지 않은 시란 시인의 내밀함으로 쓰인 시라는 말과 같다. "지나온 길은 내가 너무도 잘 아는 길/오늘은 더듬더듬 그 길을 되돌아가 본다"고 말하며 이순의 언저리에서 생을 관망한 시편 `생명선에 서서`와 "갈 수만 있다면 단 몇 시간만이라도/그동안 써 왔던 시들을 하나하나 지워 가며/내 삶의 가장 먼 그 북녘 거처로 돌아가고 싶습니다만"이라 말하며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어느 순간을 그리워하는 시편 `북녘 거처` 등을 통해 내밀한 과거에 대해 사유한다. 걷는사람·128쪽·1만 원

△영원의 사자들 1-2권(정은궐 지음)= 어려서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후 외출기피증을 앓고 있는 웹툰 작가 나영원은 매일 밤 꿈에서 죽음을 본다. 끔찍하고 잔인한 악몽 속에서 그녀를 구원하는 것은 행복했던 어린 시절에 부모님과 같이 찍은 영상뿐이다. 어머니의 뒤를 이어 만화가가 된 그녀는 여전히 하루하루가 무섭다. 어느 날 불현듯 꿈에서 본 남자가 영원의 눈앞에 나타난다. 아름다운 나비 떼와 함께 나타난 저승사자 `갑1`은 저승사자 중에서 외모도 능력도 모든 것이 뛰어난 완벽한 남자다. 그녀는 눈앞에 보이는 듯 생생한 사후 세계를 겪으며 격렬하다 못해 가슴이 시려지는 연정을 느끼게 된다. 위태롭지만 아름다운 운명, 불멸과 필멸의 어긋난 만남으로 죽음보다 시리고 사랑보다 빛나는 인간과 저승사자의 인연이 꽃핀다. 저승 신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완벽하고도 아름다운 삼도천 너머의 세계가 작가 정은궐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펼쳐진다. 파란·968쪽·3만 원

△100개의 리드(이홍 지음)= 대한민국 분단의 현실을 넘어선 첫사랑의 추억과 분단의 비극 앞에 멈춘 미완의 로맨스를 담았다. 어린 시절 제3국에서 만나 비밀스럽고 애틋한 사랑에 빠진 남북의 소녀(강유나)와 소년(박재희)이 20년 후 양국의 긴장 관계 속에서 정치적 적이 돼 재회하는 이야기다. 강렬한 로맨스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 1994년 싱가포르의 여름과 적이 돼 만나는 2017년 겨울을 교차시키며 숨 돌릴 틈 없이 진행된다. 애틋한 사랑 이야기 한편에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한 살인 사건이 있다. 1994년 발생한 아버지의 실종과 2017년 탈북한 북한 고위공직자 황인호의 피살 등 두 사건에 강유나가 연루돼 있다. 책은 초여름 햇살처럼 따뜻한 첫사랑의 감각과 한겨울 바람처럼 날카로운 이별의 감각이 공존하는 사랑의 역사를 그린다. 민음사·560쪽·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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