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가진 이에게 바다는 도전의 장이다.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홀로 고기잡이하는 노인. 여든 날 하고도 나흘이 지나도록 고기 한 마리 낚지 못해 노인은 `살라오`라는 핀잔을 받았다. 살라오는 스페인 말로 `가장 운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 노인은 85일째도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사투 끝에 길이가 5.5m 넘는 거대한 청새치를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든 상어들에게 뜯겨 앙상한 뼈와 머리만 남은 채 귀항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바다와 친연 하다. 바다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관련 산업도 부상하고 있다. 요트 산업이 대표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요트 산업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7년 첫 3만 달러 돌파 이후 2018년과 2019년 3년 연속 3만 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바다가 있는 관광지에선 요트 체험이 낯설지 않다. 지난 8월부터는 `한번도 가지 못한 곳, 태평양을 향해 더 먼 바다로`라는 부제 아래 요트원정대라는 다큐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중이다.

요트(yacht)의 사전상 정의는 유람용이나 운동경기용으로 돛 또는 기관을 사용해 움직이는 비교적 가볍고 작은 배이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어서 수억 원도 호가한다.

최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코로나19 세태에 요트 구입차 해외를 나가 입방아에 올랐다. "내 삶 사는데 다른 사람 때문에 양보해야 하나"라는 요트쇼핑 당사자의 말도 화제다. 부러운 건 요트가 아니다. `건강`이다. 그리고 건강을 개인의 능력이나 자산으로 치부하는 건 오만이다.

"소득이 더 많은 사람이 더 큰 집에 살고 더 좋은 차를 타는 것이 부당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난하다는 이유로 살아가는 시간이 더 짧아지고 아프고 병드는 일이 더 자주 반복된다면, 그것은 부당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건강은 사랑하고 일하고 도전하기 위한 삶의 기본 조건입니다. 건강이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승섭 고려대 교수가 쓴 `우리 몸이 세계라면`의 한 대목이다. 건강이 평등한 배는 아직 돛도 올리지 않았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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