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등 일부 지자체 조례제정 미적… 공공기관 입찰 편법 속출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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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정모 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창고에 재고가 쌓였지만 코로나19로 방치되고 있다. 기댈 건 정부가 중소기업 판로 확대를 돕는 `공공구매제도`지만 효과를 체감하긴 어렵다. 지자체는 중소기업 제품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해 실망스럽기만 하다.

세종의 한 전자기기 하도급업체 대표 김모 씨는 제품 경쟁력만으로 따지면 다른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판로가 문제다. 지자체와 원청업체를 문턱이 닳도록 찾아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기존 거래처가 있다`는 말 뿐이다. 동병상련에 놓인 다른 업체들과 조합을 꾸려 판로 찾기에 나섰지만 `조례가 없다`는 이유로 퇴짜 맞기 일쑤다.

충청권 중소기업들이 두 번 울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 악화일로에 빠진데다 공공기관과 중소기업 간 상생에 방점이 찍힌 정부의 `판로 지원` 정책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대안인 지방자치단체의 `중소기업협동조합육성` 조례마저 일부 지자체의 미온적 태도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6일 지역 중소기업 등에 따르면 대다수 기업들이 코로나19 여파에 판로가 막혀 생산라인 축소와 직원 감축이라는 극단적 상황에 몰리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지원을 위해 국가기관, 지자체, 공기업 등이 총 구매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중소기업 제품으로 사도록 유도하는 `공공구매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속 시원한 결과물은 없다. 기업 간 경쟁 대상으로 지정된 품목을 공공기관에 납품하려고 하면 기관들은 `직접 생산이 가능한 업체`만 입찰에 나설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지역의 한 소재·부품·장비 업체 관계자는 "완제품이 아니더라도 모든 산업의 기초가 되는 업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중소기업들은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의 중소기업협동조합육성 조례 제정 촉구 움직임이 그것이다. 중소기업기본법 등에 근거해 중소기업협동조합 추천 제품 구매를 명문화하는 조례를 만들어 달라는 것. 대전세종충남가구공업협동조합 등 57개 조합에서 만드는 제품을 지자체가 구매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조처다.

문제는 조례 제정을 둘러싼 온도차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지난해 지역 중소기업협동조합 제품을 구매(일정 비율 이상)하도록 규정하는 조례를 만들어 시행 중이다.

반면 세종시는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전언이다. 17개 광역지자체 중 관련 조례가 없는 곳은 세종시가 유일하다. 조례가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 곳도 있다. 지난해 조례를 제정한 대전시는 코로나19로 아직 올해 예산을 집행하지 못했다.

세종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각 협동조합에 소속된 세종 소재 중소기업이 130여 개에 달한다"며 "행정과 산업이 동시에 숨 쉬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인근 지자체와 보폭을 맞춰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관계자는 "협동조합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공동사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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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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