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한밭도서관장
김혜정 한밭도서관장
1990년대 도서관을 이용했던 분은 자료실 입구에 놓여있던 도서카드 목록함을 기억할 것이다. 책을 대출하기 위해서는 목록함 속 종이카드를 한 장씩 넘기며 찾아야 했다. 도서명과 청구기호를 적어 제출하면 사서는 서고에서 책을 찾아 이용자에게 건넸다. 현재는 도서목록의 전산화가 이뤄졌고, 서가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개가제(開架制) 방식으로 전환됐기에 폐가제(閉架制) 방식의 자료실 운영에 꼭 필요했던 카드 목록함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도서관의 자료대출 방식이 과거의 폐가제 방식으로 잠시 전환됐다. 이용자가 예약대출 신청한 자료를 사서가 찾아 전달해주는 제한적 대출 방식이다. 한 권, 한 권의 책이 이용자의 손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보면서 한 편의 영화 제목이 생각났다. 모두가 잠든 밤, 박물관 전시품들이 살아 움직이며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는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영화는 `도서관이 살아있다`라는 문장을 떠올리게 했다.

두 손 가득 반납할 책을 들고 오는 아이들, 그리고 `무슨 책을 읽을까`라는 생각으로 서가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도서관 풍경은 책과 이용자를 연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서들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지속되는 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지쳐가는 시민들에게 도서관이 위안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도서관과 이용자를 연결하는 소통과 위안의 창구를 책과 독서문화 프로그램에서 찾았다. 비대면 예약 도서대출 서비스는 물론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활용한 온라인 강의 방식을 도입했다. 자료 선택에 도움을 주는 북큐레이션 목록과 안내 자료를 작성해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책 꾸러미를 발송한 후 동영상을 활용한 책 놀이 활동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비접촉 도서관 서비스 방식은 책으로 들어가는 문을 간절한 마음으로 두드리는 이용자와 그 문의 입구를 슬며시 열어주는 사서가 함께 만들어낸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합작품이다. 모두가 잠든 밤 박물관 전시품들이 살아 움직이듯, 닫힌 도서관 안에서 사서는 시민과 책을 연결하기 위해 오늘도 분주히 움직인다. `도서관이 살아있다`라는 영화는 오늘도 상영 중이다. 김혜정 한밭도서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