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근혜 대전우리병원 감염관리실 감염관리전문간호사
허근혜 대전우리병원 감염관리실 감염관리전문간호사
민족 최대 명절 추석 연휴가 지나갔다.

연일 핸드폰에서 코로나로 인한 이동 자제 및 모임 금지 문자가 수신되며 긴장도를 높였다. 최근 2주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감소 추세이나, 이미 지난 몇 번의 연휴 기간 동안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했던 경험이 있기에 추석 연휴 후 환자 폭증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최고의 화두는 당연 고향 방문이었다. 정부에서는 올해 추석은 고향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안전한 집에서 머무를 것을 권장하였다. 또한 고향 방문을 하게 된다면 제례 참석 인원은 최소화하고, 반가움은 악수·포옹보다는 목례로 표현하며 집안에서도 마스크 착용해 달라고 연일 브리핑 하였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권고 수준의 발표만으로는 많은 국민들이 귀향 여부를 선뜻 결정하기 어려워 이번 추석에는 귀성 여부를 두고 가족 간에 벌어진 눈치작전과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그 상황을 대변하듯 언택트 명절에 대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국민청원엔 6만 여명 이상의 동의가 있었다.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오지 말라고 하지 않은 이상 자식들이 먼저 가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정부는 `이번 추석엔 고향에 올 필요 없다고 얘기해주는 쿨한 부모님이 되어 주세요`라는 문구로 캠페인을 벌였다. `불효자는 `옵`니다`, `며늘아~이번 명절은 안와도 된다` 등 고향에 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위트 있는 현수막과 `조상님은 어차피 비대면 코로나 걸리면 조상님 대면`이라는 내용도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 되었다.

하지만 개중에는 가족끼리는 코로나가 걸리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말로 고향에 오라는 어른 때문에 하소연 하는 글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리며 현재도 유교 사상이 강한 나라이다. 따라서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면 자식 된 도리, 지인 된 도리로 병문안을 당연한 예의로 여기는 한국식 병문안 문화가 매우 강하다.

하지만 누군가를 찾아뵙는 예의가 지금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직접 고향에 가지 않아도, 직접 병문안을 가지 않아도 SNS, 문자, 영상 통화로 안부를 묻고 마음을 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호되게 경험하며 국민들에게 병문안 에티켓 내용을 정리하여 홍보하였고 이미 주요 대형병원들은 메르스 사태 이후 하루 면회객을 제한하는 등 개선된 병문안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운영하였으나 실제로 다수의 병원에서는 병문안 에티켓이 철저히 지켜지지 않았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현재는 다수의 의료기관들이 병문안 자체를 금지하는 추세이다. 병문안이 환자의 치료, 회복에 바람직하지 않고 환자와 병문안객 서로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체 병문안은 감염성 질환을 전파시킬 우려가 있어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아울러 꽃, 화분, 애완동물, 외부 음식물의 반입은 금지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의료기관 방문 시엔 반드시 병문안객 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의료기관에는 진료 목적이 아니면 면역력이 낮은 어린이의 출입은 삼가해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19 확산의 갈림길에 다시 한 번 서 있다. 겨우 감소세로 접어든 코로나19가 최대 인구 이동이 이뤄지는 이번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또 한 번 고비를 맞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 코로나로 인한 불안이 이제는 사람간의 불신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안타깝다. 자유란 의무를 제대로 지키는 사람의 몫이다. 코로나는 나 혼자만 조심하고 규칙을 잘 지킨다고 해서 극복될 일이 아니다. 모두가 같이 한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로운 행동이 어느 누군가에겐 돌이킬 수 없는 불행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하며 이 시기를 보내줬으면 하는 바램 이다.

이 혼돈의 시대에 나부터 개인 방역에 철저히 힘쓰고 병문안의 패러다임도 비대면 시대에 맞게 바뀌었음 한다.

허근혜 대전우리병원 감염관리실 감염관리전문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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