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희 건양대학교 글로벌의료뷰티학과 교수
노영희 건양대학교 글로벌의료뷰티학과 교수
지난 반세기 동안 가공할 속도로 발전한 인터넷 기술과 정보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흔히 `초연결사회`라고 하는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과 무인 운송 수단 등의 분야를 주축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그리고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혁신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19(COVID-19)는 일상의 생활 방식을 완전히 뒤바꿔 놓고 있다. 접촉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비대면 기술의 필요성이 요구되면서 제조업, 유통업뿐만 아니라 전 산업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즉 `접촉하지 않는` 사회, 이른바 언택트(untact-un+contact, 코로나로 인해 접촉하지 않는 의미의 신조어)라는 큰 변화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현재 유통가에서는 이러한 `언택트(untact) 마케팅`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등 인구, 세대 구조가 변화하면서 점차 대면 관계를 피하는 소비자의 성향 역시 이러한 트렌드에 일조하고 있다. 한 예로 서울대학교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에서 지난 5년간 통신사용 형태를 분석한 결과, 통화보다는 메시지와 데이터 소비 같은 간접 접촉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비대면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하는 플랫폼이 또한 늘고 있다. 핸드폰으로 스마트 오더를 하거나 디지털 워크를 지원하는 원격근무 솔루션, 방문하지 않고 VR을 통해 집을 계약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소비문화가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언택트 방식의 소비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들의 성장에 가속화를 불러왔다. 정부에서도 코로나 사태 이후 유망한 기술을 선정해 선제적으로 투자했고, 그 중 헬스케어와 교육·문화 등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기술과, 방역 관련 기술, 그리고 자율주행 이동수단 기술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언택트, 즉 비대면 사회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는 만큼,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가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믿음 즉 신뢰이다. 주요 금융사들이 2020년 하반기 경영전략으로 `디지털 대전환`을 꼽으면서,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가 강화될수록 고객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영국의 경제연구소 레가툼이 매해 각 나라의 생활환경과 교육, 보건, 사회자본 등 12개 항목을 평가하는 레가툼 번영지수에서 우리나라의 상호신뢰도는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결국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도 비대면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한국사회의 불신은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온라인과 오프라인, 팽창사회와 수축사회, 코로나 이전의 사회와 포스트 코로나. 즉 언텍트(untact)든 컨텍트(contact)든, 변하지 말아야 할 인간사회의 가장 기본은 신뢰이다. 그렇지만 삶의 방식이 극적으로 변하면서 우리는 화려한 기술에 현혹되어 믿음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봐야 한다. 신뢰는 보이지 않는 곳에 쌓여 있다가 그 힘을 발휘하는 가치이다. 온라인상에서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나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구축되는 믿음은 엄청난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컨텍트 한 세상에서도 신뢰의 소중함은 늘 강조되어 왔지만 언텍트한 세상에서의 그 사회적·경제적 힘은 더욱 막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영희 건양대학교 글로벌의료뷰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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