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혁명의 시대, 최악의 재판…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2020-10-06기사 편집 2020-10-06 08:48:01     

대전일보 > 연예 > 영화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핀터레스트
  • 기사URL 복사

에런 소킨의 리듬감 넘치는 법정 드라마

첨부사진1[넷플릭스 제공]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혼란스러웠던 1968년 미국에서 벌어진 반전 시위와 유혈 사태, 이듬해 이어진 시위 주동자들의 재판을 바탕으로 한 법정 드라마다.

미국의 현대 정치와 사법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치부를 다루지만, 심각한 사건과 대비되는 발랄한 인트로 음악처럼 지루할 새가 없다.

'소셜 네트워크'와 '스티브 잡스'로 각종 각색상과 각본상을 휩쓸며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인정받은 에런 소킨이 시나리오는 물론 연출까지 맡아 열기로 가득한 시위 현장과 블랙 코미디 같은 법정, 당시의 기록 영상을 리듬감 있게 오가며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고 간다.

민주주의의 외피를 입었지만 비민주적인 정부가 보이는 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영화의 장면들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벌어진 2020년의 미국 사회는 물론, 비슷한 사건을 겪어 온 한국 사회의 단면과도 겹친다.

1968년은 혼돈과 혁명의 시대였다. 베트남에 파병된 미군이 매달 1천여명씩 사망했고, 반전 운동은 더욱 거세졌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반전 여론에 밀려 재선을 포기한다.

흑인 민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암살당하고, 흑인 운동가의 표현권을 제한하려고 만든 '랩 브라운 법'이 통과된다.

8월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전국 학생운동가 조직인 민주사회학생회(SDS), 신좌파 성향의 청년국제당(YIP), 반전운동가 연합인 '베트남전 종식을 위한 국가 동원위원회'(The MOBE) 등 다양한 조직이 모여든다.

수만 명의 시위대와 경찰·방위군이 정면충돌하면서 청년국제당 설립자 애비 호프만(사샤 배런 코언)과 SDS 리더 톰 헤이든(에디 레드메인), 동원위원회 리더 데이브 델린저(존 캐럴 린치) 등 '시카고 7인'을 비롯해 수백 명이 체포당한다.

11월 리처드 닉슨이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이듬해 9월 '시카고 7인'에 더해 연설을 위해 4시간 동안 시카고에 머물렀을 뿐인 흑표당(흑인 정당) 공동 창립자 보비 실(야히아 압둘마틴 2세)이 폭력 선동 혐의로 재판정에 선다.

민권 변호사 윌리엄 컨슬러(마크 라일런스)가 변호에 나서지만, 닉슨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리처드 슐츠(조지프 고든 레빗) 검사의 논리와 연방 판사 줄리어스 호프만(프랭크 란젤라)의 편파적이고 비열한 수에 피고인들은 궁지에 몰린다.

시위대에 위장 잠입했던 경찰과 요원들이 증인으로 나와 위증을 하고, 피고인들에게 호의적으로 보이는 배심원을 제명하며, 정당한 반론이나 저항을 하는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법정 모욕죄만 더해가는 재판 과정은 암담하기 그지없다.

흑인 피고인에 대한 야만적 처우와 최소한의 상식을 갖춘 슐츠 검사의 항의, 결정적 증인의 등장과 무산, 평화 시위가 유혈 사태로 변해가는 사건의 진실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을 조인다.

"마약이나 총기가 아니라 생각을 반입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는다"는 피고인의 증언과 법의 논리를 뛰어넘는 최후 발언으로 정점을 찍으며 법정 드라마의 묘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7일 극장에서 개봉한 뒤 1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연합뉴스]
첨부사진2[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