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노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장
강노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장
추석이 지났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지만, 가족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연휴였다. 추석은 가을 추수를 끝내기 전에 덜 익은 쌀로 만든 별미 송편과 햇과일로 조상들께 차례를 지내는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중 하나다. 산과 들에 곡식과 과일이 풍성한 결실을 맺도록 도와주신 조상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에서 시작된 우리 고유의 기념일이다.

산과 들에서 봄과 여름 햇볕 아래 땀 흘려 농사지은 결실이 쌀과 햇과일이라면, 연구자가 수년 동안 공들여 연구해온 연구개발의 결실은 무엇인가? 올해 새롭게 제정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서는 연구개발 성과를 연구개발 과제의 수행과정에서 또는 그 결과로 인해 창출 또는 파생되는 제품·시설·장비·지식 재산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무형의 성과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제정 예정인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에서는 유·무형의 성과를 논문, 특허, 보고서 원문, 연구시설·장비, 기술 요약 정보, 생명 자원, 소프트웨어, 화합물, 신품종, 표준 등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생각보다 다양한 연구 성과를 제시하고 있는데, 대부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항목이다. 그러나 평소에 잘 생각하고 있지 않던 부분이 보고서 원문이다. 수년 전만 해도 연구개발 연차보고서를 매년 제출했으나 최근에는 연구자가 간략한 연차보고서, 단계보고서, 최종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해 보고서 작성 시간에 할애되는 시간을 줄여줌으로써 연구개발 활동을 좀 더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법에 따르면 다양한 연구개발 성과의 성공적 창출을 위해서 연구개발 기관은 소유하고 있는 연구개발 성과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권리로 확정되고 효과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권리의 확정·보호인데, 위에서 열거한 다양한 성과를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자세한 방법이 시행령에 담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기관은 성과가 경제적 사회적으로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연구개발 성과의 창출과 활용에 기여한 소속 연구자에게 적절히 보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보상이 연구개발을 통한 성과 창출뿐만이 아닌 활용에 기여한 연구자 모두에게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연구자는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연구개발을 수행해야 한다.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할 때 도전적으로 자신의 능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되 그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당연히 연구개발 윤리를 준수하고 진실하고 투명하게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는 의무를 가진다. 또한 연구개발 과제를 총괄하는 연구책임자의 경우 개발에 참여하는 연구자가 연구개발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핵심연구에 포함되지 않는 업무들을 제거해줌으로써 효과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논문, 특허, 보고서 원문과 같은 공통적인 연구개발 성과도 있으나, 연구개발 기관의 성격에 따라서 다양한 성과들 중 집중해야 할 분야와 그 우선순위 또한 달라야 한다. 연구개발 기관의 경우 정관에 설립의 배경이 되는 목적이 기재되어 있다. 이 목적에는 수행해야 하는 연구개발 분야가 비교적 명확히 기재돼 있다. 이에 따라 창출하고자 하는 연구개발 성과의 우선순위가 또한 정해져야 한다.

가을이 깊어지고 곧 한해 연구 성과의 결실을 확인하는 평가의 계절이 다가온다. 새롭게 제정된 연구개발혁신법에 따르면 매년 평가는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면 한해의 연구 활동을 정리해보고 그 성과와 결실을 생각해 볼 때가 다가오고 있다.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얼마 남지 않은 연말까지 알찬 수확을 거둬 행복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강노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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