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요트 구매와 여행을 위해 엊그제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한다. 외교부가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음에도 정작 주무 부처 장관의 남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로 여행을 떠난 셈이다. 해외여행을 포함한 거주이전의 자유를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시각도 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고위 공직자 가족이면 더욱 사려 깊게 행동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외교부도 주무 부처 장관의 가족도 따르지 않는 권고를 국민들에게 따르라고 설득할 수 있을지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외교부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지난 3월 23일부터 모든 국가와 지역 해외여행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린 바 있다. 특별여행주의보는 해외여행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권고하는 성격이다. 그렇지만 국민 대다수는 코로나19 확산의 우려 때문에 이를 준수하고 있다. 반드시 필요한 기업 활동이나 친지 방문 등 중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때에 외교부 장관 남편이 외교부의 권고를 도외시한 채 미국 여행을 떠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강 장관이 남편의 미국행을 미처 몰랐거나 만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가뜩이나 공정성에 대한 논란으로 우리 사회가 온통 시끄러운 마당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허투루 넘길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오죽하면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여야가 입을 모아 강 장관 남편의 행위를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겠는가.

국민들이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에 대해 반대를 했던 이유는 코로나19를 퍼뜨릴 우려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도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있었지만 코로나19라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에 제한을 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해외여행 자제 권고 역시 이런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사항이다. 여행 당사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도 막아야 하지만 감염원이 되어 확산시킬 우려도 있기에 가급적이면 이동을 제한하자는 것이 특별여행주의보의 취지라는 점에서 강 장관은 남편의 처신에 대해 해명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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