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개천절인 3일 정부가 보수단체의 도심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차벽을 설치해 대응한 것을 놓고 공방을 펼쳤다.

민주당은 집회 현장 곳곳 불법 행위의 차단과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가 `재인산성`을 쌓고 비판 여론에 귀를 닫는 독재의 행태를 보였다고 맹비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개천절 집회에 대해 "어제 광화문 광장에서 버스로 겹겹이 쌓은 `재인산성`이 국민들을 슬프게 했다"며 "사실상 `신종 코로나19 계엄령`이 선포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권은 서울 시내 90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180여 개 부대, 1만 명의 경찰력을 동원했다"며 "경찰버스 300대로 산성을 쌓아 시민들의 집회를 원천 봉쇄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은 무엇이 그렇게 두렵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 대통령은 경찰버스와 공권력을 동원해 방역을 하고 있다. 세계 어느 선진국에서 방역을 이유로 이렇게 막대한 공권력 행사해 시민의 헌법상 권리와 자유를 억압하나"라며 "언제부터 경찰이 나서 방역까지 떠맡는 나라가 됐나. 의료·보건 방역은 오간데 없고 정치·경찰 방역 국가가 됐다"고 날을 세웠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광화문에 나와서 대화하겠다던 대통령이 산성을 쌓은 것을 보니, 그 분 눈엔 국민이 오랑캐로 보이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닫힌 광화문 광장은 국민 안전을 위한 `방역의 벽`이었다"며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코로나와의 전쟁으로, 광장을 에워싼 차벽은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였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집회에서 결국 일부 단체가 회견을 강행하며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졌다"며 "허가받지 않은 차량이 시위에 참석하기도 했고, 곳곳에서 산발적인 1인 시위가 벌어지며 일부 시민이 경찰과 몸싸움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광복절과 개천절 집회로 너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부디 오늘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집회 현장에서 애써준 경찰과 방역 최전선의 의료진, 일상을 지키는 필수노동자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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