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산에 심어 자리 잡은 나무는 시간이 지나 목재로 좋지 못한 형태로 자라고 있다 해도 쉽게 다른 나무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에서 운영하는 채종원은 우리 산림의 가치를 높이는 첫걸음인 우량종자를 생산하고 있다.
채종원은 종자채취를 위해 만든 일종의 나무 과수원이다. 전국에서 선발된 우수한 나무인 수형목들을 복제해 한 곳에 모은 채종원에서는 엄마, 아빠 나무의 우수한 유전적 특성을 물려받은 우량종자가 생산된다. 채종원에서 생산된 종자로 키운 나무들은 보통 종자로 키운 나무들보다 10-30% 이상 생장이 우수하다.
국내에서 경제적 가치가 높은 낙엽송의 경우 같은 1헥타르 면적에 조림했을 때, 채종원산 종자로 가꾼 숲에서 일반 종자로 가꾼 숲보다 300만 원 이상 많은 목재생산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우량종자로 키운 나무는 생장이 빠른 만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소를 저장해 기후변화 완화라는 공익적 기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채종원은 적극행정을 통해 현재 11개 지역, 966헥타르 규모로 관리되고 있다. 연평균 10t 내외로 생산되는 채종원산 종자들은 전국 양묘장에서 연평균 국가 조림의 72%인 1만 4700헥타르 조림에 기여하고 있다. 채종원은 낙엽송, 소나무, 잣나무, 편백 등 주요 침엽수 위주로 조성되어 있는데, 앞으로는 변화가 필요하다.
채종원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수요 감소 수종의 종자 생산은 줄이고, 미래 조림수종의 우량종자를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다. 미래 우리나라 산림의 모습과 지향점이 어떻게 변하든 산림을 가치 있게 만드는 첫걸음은 결국 될성부른 나무가 될 떡잎, 우량종자에서 시작하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최은형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