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형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장
최은형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장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좋은 결과가 기대되는 일은 처음부터 잘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나무를 심고 가꿔 목재를 생산, 경제적 수익을 내기까지는 30년 길게는 6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번 산에 심어 자리 잡은 나무는 시간이 지나 목재로 좋지 못한 형태로 자라고 있다 해도 쉽게 다른 나무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에서 운영하는 채종원은 우리 산림의 가치를 높이는 첫걸음인 우량종자를 생산하고 있다.

채종원은 종자채취를 위해 만든 일종의 나무 과수원이다. 전국에서 선발된 우수한 나무인 수형목들을 복제해 한 곳에 모은 채종원에서는 엄마, 아빠 나무의 우수한 유전적 특성을 물려받은 우량종자가 생산된다. 채종원에서 생산된 종자로 키운 나무들은 보통 종자로 키운 나무들보다 10-30% 이상 생장이 우수하다.

국내에서 경제적 가치가 높은 낙엽송의 경우 같은 1헥타르 면적에 조림했을 때, 채종원산 종자로 가꾼 숲에서 일반 종자로 가꾼 숲보다 300만 원 이상 많은 목재생산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우량종자로 키운 나무는 생장이 빠른 만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소를 저장해 기후변화 완화라는 공익적 기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채종원은 적극행정을 통해 현재 11개 지역, 966헥타르 규모로 관리되고 있다. 연평균 10t 내외로 생산되는 채종원산 종자들은 전국 양묘장에서 연평균 국가 조림의 72%인 1만 4700헥타르 조림에 기여하고 있다. 채종원은 낙엽송, 소나무, 잣나무, 편백 등 주요 침엽수 위주로 조성되어 있는데, 앞으로는 변화가 필요하다.

채종원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수요 감소 수종의 종자 생산은 줄이고, 미래 조림수종의 우량종자를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다. 미래 우리나라 산림의 모습과 지향점이 어떻게 변하든 산림을 가치 있게 만드는 첫걸음은 결국 될성부른 나무가 될 떡잎, 우량종자에서 시작하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최은형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