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으로 시설 이용. 수업 운영 제한 시 등록금 감액 법적 효력
원격수업 대체 근거도 마련돼 지역대 '긴장'

감염병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대학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 등록금 감면이 가능해지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대전 지역 대학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학 대다수가 2학기에도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고 있는 가운데 등록금 환불 문제가 재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교육부, 대전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24일 재난 상황에서 학교 시설 이용이 제한되고 실험·실습수업이 불가능하거나, 수업 시수가 줄어드는 등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대학이 등록금심의위원회를 거쳐 등록금을 면제·감액할 수 있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이 가운데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재난으로 학생을 지원할 필요가 있을 경우, 이사회 의결로 대학 적립금을 학생 지원에 쓸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재난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감면하거나 면제해주는 대학은 교육 질 관리 차원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재정을 지원하는 내용도 일부 포함했다. 사실상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대학의 등록금 환불을 요구했던 학생들의 주장이 법적 명분을 획득한 것이다.

이에 2학기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고 있는 대전 지역 대학 대다수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대학은 지난 1학기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등록금 일부를 돌려주거나 다음 학기 등록금을 감면해줬지만 이번 법안 의결로 2학기 등록금 환불 요구가 또 불거질 수 있어 서다.

한 대전지역 사립대학 관계자는 "코로나 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대면 수업을 할 수는 없으니 차선책으로나마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 온 것"이라며 "코로나19 감염병이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매 학기 등록금을 환불해줘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학들은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차원의 대학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대면 수업을 위해 구축한 시설과 장비 등, 학습권 보장을 위한 대학 측의 노력을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전 지역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도 갑작스러운 코로나 19 감염병 상황에서 수업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대면 수업 구축에 들인 비용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원은 일부 금액으로 감면액 대부분을 대학 재정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등록금 책임 문제를 대학 측에만 돌리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라며 "몇년 간의 등록금 동결로 재정 운영이 빡빡한데 지원 없이 규제만 많아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번 법안에서 재난으로 인해 교실 수업이 어려운 경우에는 대학이 방송·정보통신 매체 등을 활용해 원격수업으로 대체하도록 명시적인 근거를 마련했다.박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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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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