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진승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한국형 뉴딜이 닻을 올렸다. 2025년까지 총 160조 원 규모의 투자와 일자리 190만 개가 늘어나는 경기 부양책이다. 정부는 28개 추진과제를 선정하고 뉴딜펀드 20조 조성 등 실행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한국형 뉴딜의 재원 중 114조 원은 재정으로, 많은 부분이 지역에 투자된다. 그러나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사회안전망 강화 등으로 구성된 사업의 성격상, 지역균형 투자까지 담보한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는 지난해 1월 발표된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와 비견된다.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는 지역의 목소리를 고려한 숙원사업들을 반영시켰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이들 사업 중 22개 사업에 지역 업체의 참여가 의무화되었다. 올해 3월 개정된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라 지역 의무 공동도급제도가 대규모 공공사업에 적용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19조 60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지역 업체를 통해 지역에 이뤄지게 됐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SOC 건설 등 지역적 성격이 강한 사업은 40%, 난이도가 높은 기술형 입찰은 20% 이상의 지역 업체가 참여해야 입찰이 가능하다. 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업종과 참여 비율상 다소 아쉬울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그나마 지역의 실물경제를 위해 진전된 정책이라는 평이다.

한국형 뉴딜 발표 이후 거의 대부분의 시·도에서 지역형 뉴딜을 선보였지만, 기존 사업을 재탕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지역형 뉴딜을 투자유치의 기회로 삼아야 하지만, 이를 충분히 반영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지역에의 투자요인이 없다면 각종 인프라에서 앞서 있는 수도권에 사업이 편중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은 한국형 뉴딜의 당당한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 투자는 물론이고, 대국민 뉴딜 펀드와 정책 금융, 민간 금융, 연기금까지 아우르는 투자가 우리 지역에 일어날 수 있도록 매력적인 지원책 마련 등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여기서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제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는 저서 `글로벌 그린 뉴딜`을 통해 23가지의 이니셔티브를 제안하는데, 재생에너지 지원 및 IoT 보급 등을 포함한 대다수 항목의 주체로 연방정부와 함께 주 정부, 지자체, 카운티 당국을 명시한다. 그러면서 지역의 선출직 공무원과 상공회의소, 노동조합, 경제개발 기관, 대학, 시민단체의 대표들로 피어 어셈블리(Peer Assembly)가 구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피어 어셈블리는 선출직 공무원과 정부기관들이 지역사회에 대두되는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이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유도하기 위한 비공식협의체인 셈이다. 이들 중 일부는 뉴딜의 성과 창출을 위한 혁신의 주체로서 선도적으로 활동할 것이고, 지역 내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된다면 다른 지역에 대한 파급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1930년대 미국 뉴딜의 명명 배경은 `새로운 합의`다. 한국형 뉴딜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역 내 합의과정이 필수적인 요소로 보인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지역사회의 폭 넓은 여론 형성이나 파격적인 투자 유치 전략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조만간 세종에서 첫 삽을 뜨게 될 네이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각 세종`은 원래 용인시에 위치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지역 사회의 합의가 없었던 탓에 무산되었던 것이다. `각 세종`은 단일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로 10만 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이라는 것이 네이버 측의 설명이다. 세종시는 투자 유치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1단계 투자액만 6500억 원에 달하는 민간 투자가 일사천리로 지역에 이뤄졌다. 한국형 뉴딜, 지역 뉴딜을 지역발전의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반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진승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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