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수정 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18세기 산업혁명은 소재와 기술의 혁신, 노동 분업 체계의 발전, 새로운 운송 수단의 등장과 맞물린 급속한 변화의 총합을 의미한다. 당시 영국에는 석탄을 노천에서 채굴하는 탄광이 많았고 석탄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증기 기관차와 증기선은 대량의 화물을 빠르고 값싸게 운송하는 계기가 됐다. 석탄은 산업화를 겪은 모든 나라에서 경제와 사회의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제 석탄발전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간주된다. 석탄은 식물의 유해가 지층에 덮여 토탄으로 부식되고 오랫동안 매몰돼 열과 압력을 받아 탄소와 수소, 황, 산소, 질소로 변화된 가연성 물질이다. 식물이 매몰될 때 식물이 살았던 지층의 흙도 같이 묻힌다. 타지 않는 이 흙이 바로 석탄재의 주성분이다. 흙이 주로 점토광물로 돼있으니 석탄재는 고온의 열을 받아 일부 용융된 광물의 집합체인 셈이다. 비록 검게 그을려 위험한 물질로 보이지만 의외로 석탄재 무게의 약 80%가 실리카와 알루미나이다. 10% 내외의 철을 제외하면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은 아주 조금 존재한다. 이런 성분의 석탄재에 적당량의 알칼리와 물을 혼합하면 시멘트와 같이 단단하게 굳는 지오폴리머를 만들 수 있다. 지오폴리머는 1970년대 프랑스의 한 화학자가 낮은 온도와 짧은 반응시간에 만들어지는 알루미노규산염 물질을 지칭해 제안한 명칭이다. 지오폴리머를 골재와 혼합하면 콘크리트도 만들 수 있다. 사실 석탄재와 유사한 산업폐기물인 슬래그는 18세기부터 비슷한 방식으로 제조돼 대체 시멘트로 사용됐었다. 시멘트보다 짧은 시간에 더 높은 강도를 낼 수 있고 무엇보다도 열과 화염에 강해서 화재로 터져 무너지는 시멘트 콘크리트보다 안전하다.

석탄발전 기술의 혁신은 대기오염 물질을 줄일 수 있지만 석탄재의 발생량을 줄이지는 못한다. 피할 수 없다면 석탄재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새로운 물질로 재활용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가는 길이다. 이수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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