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지속하고도 성과 없이 도돌이표
정치권 공감대·국민적 합의 최대 과제
정책총괄할 컨트롤타워부터 만들어야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서울의 근본문제는 인구의 증가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서울의 인구집중을 억제하는 가장 확실한 방안은 행정수도 이전입니다."

국민 절반이상이 전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밀집해있고, 수도권의 지역총생산(GRDP)은 2년 전부터 비수도권 총합을 초월했다. 이로인해 주택, 환경, 치안 등의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점들이 노출됐고, 이제 서울과 지방의 상생을 위한 국가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되는 악순환에서 탈피하려면 전국 주요 거점별 다극체제로 전환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핵심사업이자, 신호탄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절실하다는 취지다. 작금의 정치상황에서 위정자들로부터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위 언급은 행정수도 건설을 공약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세종을 실질적인 대한민국의 행정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아니다. 40여 년전인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도권 인구과밀 억제 지침`을 강조하면서 내놓은 연설의 한 대목이다.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뀌었지만, 균형발전과 행정수도에 대한 위정자들의 발언은 마치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똑같다는 것은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는 수십 년이 지나도 변치않고 중요한 국정과제로 꼽힐 정도로 당위성에 대해선 더 이상 검증이 불필요하다는 점이다. 균형발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선 더 이상 검토하지 않아도 되고, 행정수도를 추진하는데 좌고우면할 이유 또한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40여 년간 시도했던 무수한 정책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일부 효과를 거둔 정책이나 과정이 존재했을지라도, 2020년 현재까지 `균형발전`이 국정의 핵심 키워드로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그동안의 정책성과는 낙제점이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균형발전 정책과 같은 국가 대개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선 정치권의 공감대와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 인터뷰에서 "과거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 청사까지 지었던 시절도 있었음에도 실패한 것은 민심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진단과 함께 "반드시 국민적 합의라는 과정을 거쳐 옮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 역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해 행정수도 건설과 균형발전의 틀을 제대로 만드는데 실패했다. 최근 거대여당인 민주당이 힘 있게 드라이브를 걸고 나섬으로써 당장은 탄력이 붙은 것으로 보이나, 끝까지 야당의 동참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참여정부 때의 실패가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 인구가 50%를 넘어섰고, 이런 식으로 계속 편중되다가는 지방이 고사하겠다는 것은 단순히 비명이 아닐 것입니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초 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다. 역대 대통령도 되풀이했던 말이지만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다짐이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실행력이 담보된 컨트롤타워가 시급히 설치돼야 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을 거치면서 청와대에 지역정책을 총괄하는 수석급 컨트롤타워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권초 균형발전비서관과 자치분권비서관 등 2명의 비서관급 참모를 통해 지역정책을 다뤘지만, 2기 청와대 조직개편과정에서 이를 통폐합시켰다. 대통령직속으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활동중이나, 행정위원회가 아닌 자문기구여서 역할에 한계가 있다. 균형발전 업무는 정부 전 부처에 걸쳐있기에 포괄적인 조정 업무가 필요한데, 실행력이 없는 자문기구가 어떻게 이를 수행할 수 있겠는가.

오랫동안 자원과 기회의 불균형이 심했던 탓에 누구도 단기간에 국가균형발전을 완성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화를 반드시 해소하고, 전국 주요 거점별 다극화 체제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는 등 여러 호재가 나타나고 있으니,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여야간 진정한 협체체제가 구축되고, 정부와 청와대를 넘나드는 컨트롤타워가 중심을 잡아준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다람쥐 쳇바퀴를 벗어나리라 기대해본다.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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