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무료 백신 접종 중단에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이번 사태로 대규모 접종기관에 대한 신뢰도 하락도 우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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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현상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무료 독감 백신 접종이 일시 중단됨에 따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무료 접종 시작 전 날 일시 중단 방침을 발표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각종 루머까지 생성되고 있다.

23일 대전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무료 독감 백신 접종이 일시 중단되자 유료 백신이라도 접종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내원객들과 문의전화가 크게 증가했다.

이는 앞서 정부가 트윈데믹 현상에 대한 예방조치로 독감 백신 접종을 권장한데다, 무료 백신 접종 중단 이후 온라인 상에 독감 백신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이날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예방 접종을 받기 위해 방문한 내원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혼잡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현 원장(조성현가정의학과의원)은 "예년에 비해 유료 백신 접종 희망자가 크게 증가했다. 아무래도 시민들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올라간 측면이 있다"며 "정치권에서도 전국민 무료 독감 백신 접종을 놓고 설전을 벌이면서 독감 백신 접종에 대해 홍보가 많이 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혼란한 상황이 빚어진 것은 정부의 대처도 한 몫 했다. 정부가 밝힌 유통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된 백신은 인플루엔자 국가 예방접종에 쓰려고 준비한 13-18세 어린이 대상의 물량으로 한정된다. 하지만 정부는 13-18세 어린이 뿐만 아니라 임신부 등 모든 무료 접종 대상자에 대한 접종을 중단했다. 품질 검증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긴 했지만 국민들로서는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대처였다.

이 뿐만 아니라 개인의원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었던 기관에 대한 신뢰도 하락도 우려된다. 이번 사태로 백신은 생산 과정에서부터 접종 순간까지 냉장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던 일부 의료기관들이 백신을 제대로 보관했는지 의구심이 들고 있는 것.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품질 자체에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적지만 효능이 떨어질 수는 있다.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독감에 걸리는 경우가 있지 않느냐"며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하루에도 수백 명의 접종자들이 몰렸던 일부 의료기관들이 바쁜 상황에서 백신을 항상 냉장 보관할 수 있었을 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연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보통 독감은 11월부터 유행하기 시작하는데 백신 접종 이후 항체 형성까지 2주가 걸린다"며 "정부에서 유통과정 확인과 품질검사를 하는데 2주가 걸릴 것으로 예측했는데, 문제가 없는 것이 확인된다면 곧장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인 유료 접종 백신은 무료백신과는 다른 경로를 통해 유통되므로 국가사업 중단 일정과 무관하게 맞을 수 있는 만큼 가능한 한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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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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