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펌프드] 마이크 아이작 지음/ 박세연 옮김/ 인플루엔셜/ 568쪽/ 2만 2000원

슈퍼 펌프드
슈퍼 펌프드
한때 `넥스트 구글`을 넘보며 유니콘 신화를 써 내려갔던 우버(Uber)의 흥망사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와 스타트업이 처한 극한의 경쟁을 고발한다.

비즈니스 저널리즘 최고 권위 제럴드로엡상 수상에 빛나는 `뉴욕타임스` IT 전문기자인 저자가 각종 비공개 문서와 전 현직 임직원 200여 명과의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미국 기업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우버의 12개월을 철저하게 재구성했다. 특히, 당대 실리콘밸리 기업 환경에 대한 구조 분석을 넘나들며 사건 추이부터 원인과 결과를 촘촘하게 엮어나간다.

2008년에 창업한 모빌리티 빅테크 우버는 그야말로 스타트업의 역사를 다시 쓴 기업이다. 우버는 `공유경제`라는 혁명적 이념을 제시하며 전 세계 운송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세상 모든 것을 옮기겠다`며 제2의 아마존을 표방한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은 `슈퍼펌프드(Super Pumped)`라는 초인적 열정을 강조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기겠다는 열정을 나타내는 우버의 용어로 우버가 인재를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자질이자, 모두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나아가게 만드는 조직 문화 그 자체였다. 창업 10년 만에 80개국에 진출해 고객 1억 명을 유치하는 등 세계 최대 차량공유 플랫폼으로 도약했다. IPO(기업공개)를 눈앞에 두고 기업가치 130조 원의 데카콘 기업으로서 그 위용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우버가 감추고 있던 기만적인 민낯이 세상에 드러나며 치명적인 위기가 찾아온다.

우버에게 2017년은 최악의 해였다. 도를 넘어선 행동, 노골적인 호전성과 같은 CEO 캘러닉의 그늘에서 자라난 무절제와 편법, 공감력의 결핍은 기업 윤리의 실종과 성과 중심의 왜곡된 문화로 이어졌고, 가장 절정의 순간에 기업의 존망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위기로 되돌아왔다. 우버에 근무하던 한 직원이 직장 상사의 성희롱과 우버의 성차별적 기업문화를 폭로했고, 구글 무인자동차의 핵심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우버의 엔지니어가 지적재산권 소송에 휘말렸다. 또한,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불법 프로그램인 `그레이볼`의 존재가 `뉴욕타임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인도, 멕시코, 동남아시아, 중국 등 세계 각 지점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마약 및 성추행, 개인정보 유출 문제들이 터졌다. 이와 함께 캘러닉은 한국에서 여성 접대부가 있는 가라오케를 방문한 사실이 밝혀져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 모든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미국 기업 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1년을 겪은 우버는 기업 이미지 추락과 함께 휘청거렸다. 그리고 스캔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캘러닉은 물러난다.

저자는 한 기업의 성공 원인을 창업자 신화에서 찾는 접근법에서 나아가, 실리콘밸리의 구조변동과 창업자의 치열한 파워게임에도 주목한다. 초고속 인터넷을 비롯한 스타트업 창업의 인프라 구축, 넥스트 구글을 찾는 벤처캐피털 대자본의 유입, 아이폰의 탄생과 모바일 시대의 시작 등으로 말미암아 실리콘밸리는 바야흐로 스타트업의 시대를 맞이했다. 뛰어난 아이디어만 있으면 일개 프로그래머도 `창업자`라는 새로운 권력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버캡 사업을 시작한 캘러닉은 매력적인 투자처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전략으로 지분을 확보해왔다. 창업부터 이사회에 의해 사임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치열한 권력 투쟁의 과정에 불과했다. 책은 우버와 캘러닉이 겪은 치열한 전쟁과 암투를 통해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극한 경쟁과 구조적 문제를 낱낱이 밝힘으로써 기술 기업이 지녀야 할 균형과 견제, 그리고 시대적 공감대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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