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한밭도서관장
김혜정 한밭도서관장
지난달 초등학교 동창 몇몇과 SNS를 통해 연락이 닿았다. 미국에서 생활한 지 20년이 넘었다는 한 친구가 고향 땅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을 내비치며, 어릴 적 살던 동네에 마을도서관을 하나 만들고 그곳에서 노년의 생을 보내고픈 꿈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며칠 후 다른 친구가 장차 고향에 건립될 작은 마을도서관 명칭을 동네 뒷산 이름을 빌려 지어봤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내가 책 읽어주는 할머니로 살아가고 싶다던 말도 친구가 기억해냈고, 본인은 독립정부의 문지기를 소원했던 백범처럼 문지기를 하며 마당도 쓸고 서가의 책도 정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많은 사람이 이처럼 인생 후반기에 도서관과 함께 하는 일상을 떠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한 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약 15%이고, 기대수명 증가와 저출산 가속으로 2025년이면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도서관에도 이미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이용자 계층의 변화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도서관이 지역마다 본격적으로 건립되던 90년대에는 학생이 주 이용자 계층이었다면 최근 10여 년 사이에는 시니어 계층 이용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인생 후반기에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니어 계층은 책을 읽고 영화도 보고 컴퓨터를 배우고 독서문화 프로그램과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하고 그야말로 하루의 일상 대부분을 도서관과 함께한다. 그분들에게 도서관은 규칙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거점 공간이자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성장의 공간, 더 나아가 만남이 있는 위안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한밭도서관은 큰 글자책과 돋보기를 비치해 독서편의를 제공하거나 관심사를 파악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맞춤형 서비스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도서관은 시민 모두의 책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하며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일상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반을 제공하는 `모두를 위한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당신을 환대합니다, 어서 오세요."라며 반갑게 맞이할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김혜정 한밭도서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