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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포럼] 인공지능 시대에 물음느낌표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2020-09-22기사 편집 2020-09-22 07: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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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정정훈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신과 종교 중심의 중세시대를 종식시키고 인간과 이성 중심의 근대의 초석을 다진 데카르트의 저서 '방법서설'에 적시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ego cogito ego sum)"라는 명제는 불완전한 명제다. 본 명제가 완전한 명제가 되기 위해서는 이후 출간된 저서인 '철학 원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나는 의심한다(ego dubito)"라는 문장이 앞서야 한다. IBM사의 왓슨(Watson-자연어 형식의 질문들에 답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 시스템)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켈리 3세는 "21세기에는 모든 답을 안다는 것이 어떤 이의 지력을 나타내주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늘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지성의 표상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이 인공지능·빅데이터 등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세상이 되어버린 21세기에 함의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는 개별적이고, 미시적이며 합목적적인 지식을 추구하는 '해답 중심의 세계'에서 보편적이고, 거시적이며 합리적인 전망을 추구하는 '질문 중심의 세계'로 이주해야 함을 의미한다.

체스게임·퀴즈쇼·바둑 등에서 목도했듯 규칙과 해답 중심의 세계에서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인공지능에 압도돼 인간이 설 자리가 조만간 없어지리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물음표(?)와 느낌표(!)를 조합한 문장부호의 이름이 '느낌물음표'가 아니라 '물음느낌표'라 불리는 이유는 인공지능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즉, '해답' 이전에 '질문'이 필요하며, 이런 질문은 인공지능으로서는 전혀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상당히 먼 미래에나 실현될 수 있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에 올바른 질문을 할 수 힘을 키우는 것이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지혜임을 알려준다.

그러나 합리적 의심과 올바른 질문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의 질서·관행·권위 등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용기와 담대함이 필요하며, 관찰로부터 시작된다. 관찰이란 나를 둘러싼 외부 세계를 따뜻하고 세심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돼야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는지, 사람들이 언제 웃고 우는지,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 온 아이가 누구인지 살펴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다"고 속삭이는 마종하 시인의 '딸을 위한 시'에서처럼, 관찰이야말로 느낌표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 발견의 출발점이다.

관찰 다음은 성찰이다. 관찰이 나를 둘러싼 외부 세계에 대한 사려 깊은 호기심이라면 성찰은 나에 대한 관찰이다. 성찰에서는 따뜻함보다 엄격함과 냉정함이 요구된다. 자신을 '타자화'해 직시할 수 있고, 문제의 원인이 외부보다는 나 자신에 더 많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면 세상을 어지럽히는 문제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통찰이다. 통찰이란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다.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인 신성철이 저서 '통찰의 기술'에서 적시했듯,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것을 보기 위해서는 무엇이 부족한지, 모순은 무엇인지 또는 고정된(skewed) 관념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전제돼야 한다.

날로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 덕분에 정보와 지식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인류에게 막대한 배움의 원천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거짓 정보가 난무하며 인간이 질문하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퇴화돼 가는 등의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 대부분의 쟁점에 대한 찬반의 판단기준이 '합리/불합리'보다는 '호/불호'로 변질돼 가는 것 같아서 매우 우려스럽다. 전자의 기준이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관용의 문화'를 낳는다면 후자는 내가 싫어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은 모두 적이 되는 '편가르기 문화'를 낳을 뿐이다. '관찰-성찰-통찰'을 통한 합리적인 의심과 올바른 질문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정훈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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