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복합터미널 실패의 역사는 장구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부터 세 차례나 민간사업자를 공모했다가 매번 무산됐다. 2018년 5월 민간과 맺은 네 번째 사업 협약마저 2년여 만에 사실상 무위로 돌아가면서 무려 10년 6개월 동안 허송세월한 꼴이 된 셈이다. 대전·세종·충남은 물론 호남권까지 연결하는 광역 교통플랫폼을 구축하겠다던 대전시와 그 산하기관 대전도시공사의 약속은 또 다시 공수표가 됐다. 미숙하고 안일한 아마추어 행정의 모래 위에서 사업성과 경제성에 함몰된 민간의 얄팍한 셈법이 전각을 쌓아 올린 결과다.

대전시는 지난 2010년 3월 도시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유성복합터미널 사업 민자 공고를 고시했다. 당시 계획대로라면 유성복합터미널이 2013년부터 운영돼 앞서 2012년 준공된 대전복합터미널과 함께 대전의 새로운 양대 관문이 될 것이란 기대가 무르익었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대전고속버스터미널·KT·CJ·신세계·하이파킹 등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컨소시엄`은 내부적으로 대형마트 입점 문제, 사업비 부담 비율 등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같은 해 11월 바로 두번째 민간공모가 이뤄져 (유)신기림, 공진종합건설 등 2개 건설사가 사업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투자계획서를 내지 않았고 이듬해인 2011년 2월 재공모는 끝내 무산됐다. 실제 응모한 민간업체는 없었던 셈이다.

2013년 7월 3차 민간사업자 공모는 긴 법정 공방의 서막이었다. 현대증권·롯데건설 컨소시엄(현대증권·롯데건설·계룡건설)이 2017년까지 2780억 원을 투자해 여객터미널과 복합쇼핑몰을 조성하겠다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지산D&C컨소시엄(지산D&C·㈜매일방송·㈜생보부동산신탁)은 차순위 협상대상자였다. 현대증권컨소시엄이 사업시행협약 최종마감인 2013년 12월까지 협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도시공사는 현대증권컨소시엄에 최고(催告)기한을 주고 해를 넘긴 2014년 1월 협약을 체결한다. 이에 발끈한 후순위협상대상자 지산D&C컨소시엄는 대전시 감사 요청, 협약이행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잇따라 내며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해 4월 두 차례에 걸친 법정 다툼에서 재판부는 "현대증권컨소시엄이 기한 내 사업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더라도 곧바로 우선협상대상자로서의 지위가 상실된다고 볼 수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렇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지산D&C컨소시엄이 도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사업협약체결 무효확인소송이 시작됐고 2015년 1월 1심 도시공사 패소, 같은 해 11월 항소심 도시공사 승소로 엎치락 뒤치락하다 2016년 4월 대법원까지 간 끝에 도시공사 승소가 최종 확정됐다.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은 지루한 소송전 이후 본궤도에 올라 2019년 하반기 개통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대법원 판결로부터 불과 1년여 지난 2017년 6월 도시공사는 우선협상대상인 롯데컨소시엄(롯데건설·계룡건설·KB투자증권)에 사업협약 해지를 통보한다. 2014년 1월 협약 체결 이후 3년 5개월 만이었다. 당시 도시공사는 "롯데 측이 2016년 1월 이후 8차례에 걸친 협약이행촉구 공문과 2차례 대책회의에서 원론적인 사업추진 의사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컨소시엄의 사업추진 의지가 보이지 않고 내분으로 구성원마저 탈퇴해 원활한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보여 사업협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2017년 12월 4차 공모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하주실업이 선정됐으나 롯데의 사업참여 확약서를 제출하지 못해 2018년 3월 지위를 잃었고 후순위사업자였던 KPIH에 본계약 협상권이 넘어가면서 같은 해 5월 KPIH와 `유성복합여객터미널 사업협약`이 체결됐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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