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복합터미널 건설사업이 민간사업자의 자금난에 따른 토지매매계약 미이행으로 결국 무산됐다. 근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유성복합터미널 무산은 대전시민으로서는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성복합터미널이 세종-충남 서북부-호남권을 연결하는 교통허브이자, 유성 도심 일대의 만성적인 교통난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이제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지만 앞서 대전도시공사와 대전시의 책임 소재도 분명히 했으면 한다.

유성복합터미널이 무산된 1차 원인은 민간사업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간사업자가 지난 6월 도시공사와의 협약으로 정한 마감기한인 지난 18일까지 PF 대출 실행과 토지매매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민간사업자 유치 단계서부터 작금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좌절의 아픔을 겪은 것이 네 차례나 된다. 이쯤 되면 대전도시공사와 대전시의 사업추진 역량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도시공사는 사업추진 주체로서 민간업자 선정 과정 등에서 매끄럽지 않은 일처리로 여러 차례 논란을 빚었다. 대전시 역시 감독관청임에도 이를 수수방관하는 등 안일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제 공은 대전시와 도시공사로 넘어왔다. 두 기관은 민간 공모 유지와 공영개발 선회 등 사업정상화 방안을 모색해 다음 달 중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벌써 시청 안팎에서는 민간 공모를 다시 하기엔 시간적 여유가 없어 공영개발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성급하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여론과 시간에 쫓겨 서둘게 되면 졸속이 될 수밖에 없다. 어차피 10년을 기다려 왔으니 시간을 두고 꼼꼼하게 따지는 등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온당해 보인다. 민간사업자 측이 법적 소송을 예고한 만큼 이에 대응할 시간도 필요할 듯하다.

네 차례나 무산되는 곡절을 겪었기에 낭설이 떠도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대전시와 도시공사는 우선 시민들 앞에 사과와 함께 책임을 지는 모습부터 보이길 바란다. 두 기관은 그동안 권한만 행사했지 사업 좌초에 대한 책임은 번번이 외면했다. 이번에 책임을 엄하게 묻지 않으면 제2, 제3의 유성터미널 같은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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