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열병 2018' 전시… 기술·기계·개발 중심 미래상 의문 제시

염지혜 작가
염지혜 작가
염지혜 작가<사진>는 영상 매체의 무빙 이미지 내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대안적 관점과 새로운 말하기 방법을 제안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인류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을 현재의 단독적인 사건으로 인식하기보다 그 이면에 작동하는 힘을 찾고자 한다. 즉, 그 일들을 발생시킨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 상상한다. 과학, 역사, 철학, 종교, 구전, 믿음 등을 상상과 연구의 도구로 삼아 영상 매체를 사용해 이러한 주제를 유기적으로 엮어낸다.

이번 `대전비엔날레 2020`에서 그가 전시하는 `미래열병 2018`은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2018년도에 제작한 것으로 2016년과 2017년 기간 중 미국 대통령에 트럼프 당선과 유럽의 반이슬람 시위,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우익화 현상에 따른 세계의 혼란 등이 작업의 시작점이 됐다. 작가는 정치와 사회 일련의 사건들이 당시만의 독특한 현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현재까지도 깊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이와 함께 20세기 초 유럽에서 확산한 미래주의를 거울삼아 동시대의 첨단기술과 여러 정치, 경제, 사회상의 지형도를 조사한다. 기술에 의한 발전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에 인간의 모든 미래가 달려있다는 식의 기술 중심 미래상과 이에 발맞춰 우리의 신체와 정신을 개조해 신인류로 거듭나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의문을 제시한다.

특히, 오늘날 미래를 점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첨단 과학기술의 선점과 추격이라는 인식과 믿음이 팽배한 가운데 전염병과 같은 미래열병(Future Fever)이 사람들에게 내재된 열선인 위기의식, 불안, 공포, 분노, 패배감 등을 촉발하고 있다. 작가는 20세기 초에 유럽에서 급격하게 확산된 이탈리아 미래주의 문화운동과 함께 당시 제창된 `근대에 적합한 신인류 상`, 그리고 속도와 힘, 전쟁과 미소지니를 강조한 그들이 결국 파시즘과 손을 잡을 수 없었던 배경 등을 살펴봄으로써, 동시대의 `신세계에 적응 가능한 신인류`로 거듭나기 위한 프로젝트가 어떤 대상과 손을 잡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전 지구적으로 겪고 있는 위기와 재난 앞에서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에 관한 전시가 어떤 효용성과 담론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전시에 포함된 개개의 작품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전시가 단지 협소한 주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닌 현시점에서 우리의 좌표를 찾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써 의의가 있으며, 첨단기술 시대를 맞은 현재에 다뤄볼 만한 다양한 의제를 아우르는 전시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염지혜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대학교와 골드스미스 대학교에서 순수미술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가나, 이란, 팔레스타인, 핀란드, 브라질, 콜롬비아 등에서 레지던시에 참여했고, 국내외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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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열병 2018` 작품 영상.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미래열병 2018` 작품 영상.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미래열병 2018` 작품 영상.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미래열병 2018` 작품 영상.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미래열병 2018` 작품 영상.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미래열병 2018` 작품 영상.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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