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문승현 기자
취재2부 문승현 기자
정든 임 이별하려니 뜻 붙일 곳 바이없다. 오목조목 살뜰한 사랑 한번 이별에 영영 무소식일 듯하다. 생각지 못한 별리(別離)에 못내 서운하고 서글프다. 열흘 전 대전시가 보도자료를 냈다. 기획·취재해 기사를 생산하는 게 업(業)이어서 관(官)의 홍보성 자료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 마감시간이 임박해 열어봤다. 제목 거창하다. `WTA 네트워크와 노하우 UCLG 국제협력 플랫폼으로 재탄생.` WTA는 대전시가 해외도시와 상호교류를 통한 도시혁신을 내걸어 주도적으로 창립한 다자간 국제협력기구다. 두 달 전인 7월 2일자 1면에 `세계과학도시연합 22년 만에 존폐 기로`라고 보도했었다. 20일 뒤에는 `대전시 WTA 존폐 깊은 고심` 제하 기사가 한 차례 더 나갔다.

요는 이렇다. 1998년 창립 초기 10개국 23개 회원에서 현재 45개국 99개 회원으로 외연을 넓힌 국제협력기구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면대면 만남이 어려워졌고 설상가상 향후 교류 전망도 어둡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전시가 해산을 검토하는데 20년 넘게 축적한 유·무형의 국제교류자산을 한순간 폐기처분하는 게 옳으냐는 문제제기다. 취재 당시 공무원은 쩔쩔맸다. `시장 브리핑을 준비하던 사안인데 어떻게 알고 왔을까…` 누군가는 "결정된 것 없다. 결정되면 시장이 직접 설명할 것"이라며 눈으로 레이저를 쐈다. 그러더니 한 달여 지나 보도자료 하나 달랑 내서 WTA 해체 수순을 밟는단다. 회원도시와 힘들게 쌓은 신뢰관계는 깡그리 무시됐다. 22년 동안 WTA 운영비 등으로 시민 혈세 330억 원(연간 15억 원)을 쏟아부었다는 점에서 해산 결정 과정과 앞으로 계획을 시민들에게 소상히 알려야 했는데 도외시했다. 시민 알권리를 대하는 대전시 공무원들의 의식수준이 참담하다. 더 이상 말해 무엇하랴. 이 가난한 글은 그래도 속절없이 보내줄 수만은 없어서 적어보는 이별가다. `니 뭐락카노 뭐락카노`하던 시인은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이라고 했다. 어느새 다가와 작별을 고하는 그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지만 대신 우리 민요 한자락 눈물로 건넨다. 범피중류(泛彼中流) 푸른 물에 가는 듯이 돌아오소. 취재2부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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